대한제국 관료 출신. 일제강점기 초기에 교육사업에 힘썼다. 조선 사람이 차별받으면 거세게 항의했고, 조선도 참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까지는 멀쩡해 보인다.
맥락을 들여다보면 황당하다. 독립 대신 참정권이면 충분하다는 것. “조선이 일본의 지배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나. 1919년 3·1운동이 한창일 때도 이러고 다녔다.
돈을 바라고 양심을 파는 것이 친일부역자 대부분의 동기. 민은 반대였다. 신념에 따라 움직였다나. 1920년에 국민협회라는 단체를 만들었는데, 사재를 털어 넣어 운영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자기 집안 돈으로 모자라 처갓집 돈까지 부었다고. ‘확신범’은 이래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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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협회는 “조선 사람은 (독립 대신) 참정권을 원한다”는 운동을 벌였다. 1921년 초, 민은 청원서를 들고 일본을 향했다. 2월16일, 유학생 양근환이 찾아와 국내 사정을 묻는다. 민은 답한다. “국내는 평온하지.” 양: “지금 온 겨레가 독립을 부르짖는데 평온하다니? 당신은 조선 사람 아닌가?” 민: “독립운동? 폭도들이 어떻게 독립을 한다는 거야?” 양은 품에 숨겨온 칼을 뽑아 민을 마구 찌른다. 2월17일, 민은 병원에서 숨을 거둔다.
글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