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 앞에서 시민들이 모여 피켓을 들고 특검을 응원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시민들은 “새로운 사회와 역사로 나아가는 진전”이라며 환영했다.
이날 새벽 5시37분께 이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이 나오자마자,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이 부회장 구속 촉구 1박2일 투쟁을 벌이던 시민들이 “국민이 이겼다. 이제 대한민국도 바뀔 수 있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일부 시민들은 월드컵 응원 구호 박자로 호루라기를 불었고, “이재용 구속”을 쉴새 없이 외쳤다.
아침 뉴스를 통해 이 부회장 구속 사실을 알게됐다는 회사원 최영민(35)씨는 “뉴스를 듣고 놀랐다”며 “지난 번에 영장이 기각되는 등 삼성은 뭔가 성역같은 느낌이 있어 이번에도 기각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삼성공화국‘이라는 성역이 깨지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상철(82)씨는 “재벌개혁의 좁은 문이 열리는 것 같아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 삼성은 물론 다른 재벌들도 불법·비윤리 경영의 고리를 끊고 환골탈태하는 계기가 될 거라는 기대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이 부회장 구속은 한국사회의 전진‘이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소설가 이외수씨는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신호탄이 되기를 빕니다. 태극기를 흔들며 탄핵반대를 외치는 무리들, 부정과 부패를 두둔하고 경거망동을 서슴지 않던 망국충들에게도 서슬 푸른 경고가 되겠지요”라고 적었다. 송경동 시인은 “이재용 구속. 당연한 일. 새로운 사회와 역사로 나아가는 또 한번의 전진이길. 특권 재벌 해체”라고 썼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 창업 후 최초의 총수 구속. 특검, 수고 많았다. 판사, 현명한 선택했다.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뿌리를 끊는 계기가 되길. 불법과 비리에 기초한 경영, 끝나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시민사회단체들의 환영 성명도 이어졌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은 “이재용 구속영장 발부를 환영한다. 이재용 구속영장은 단죄의 문지방을 넘어선 것이고 망가진 국격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재벌개혁의 신호탄”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논평을 통해 “이 부회장의 구속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피해자 행세를 해왔던 재벌 대기업들이 사실은 막대한 이익을 챙겼을 개연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며 “이번 사태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여 자유롭고 공정한 새로운 사회경제체제를 정착시키는 단초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성명을 내어 “이 부회장 구속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뇌물죄 등 중대한 범죄에 대한 당연한 결과”라며 “이 부회장 구속이 정경유착과 부패근절, 재벌개혁의 계기가 돼야 한다. 삼성은 반성하고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해 국민에게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통해 “(창사 이래) 79년간 치외법권에 있던 삼성은 정경유착과 유전무죄 오욕의 역사를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이재용 구속은 재벌과 권력의 은밀한 유착의 역사를 청산하는 신호탄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구속이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와 직결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국 교수는 “형법 이야기를 하자면, 뇌물죄는 ‘필요적 공범’으로 준 자보다 받은 자의 불법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준 자인 이재용이 구속됐다. 그러면 받은 자인 박근혜는 어찌해야 할까?”고 적었다.
이 부회장의 구속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에 “이 부회장의 구속이 가져올 경제적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이들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그 영향이 단기적으로 어느 정도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공정한 시장 질서를 만드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더욱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정으로서의 정의의 구현에 선행하는 가치는 없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성숙에 또 하나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트위터 아이디 yswy****는 “대기업은 부도덕한 총수일가 경영에서 벗어나야 국민기업으로 거듭난다”고 썼다.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트위터 아이디 ssy2****는 “이재용 구속 당연. 방심은 금물. 아직 형량이 안 나옴. 이 나라 법이 관대한 걸 잊으면 안된다. 아직도 법위 박 권력이 버티고 있다. 끝까지 국정농단 박근혜-최순실-재벌기업 끈 놔선 안 됨. 헌재와 특검은 박-최 게이트 심판으로 정의사회 실현에 힘써 주길”이라고 썼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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