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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넘나 달달한’ 나만의 남자

등록 2017-02-17 19:36수정 2017-03-16 01:06

[토요판] 남지은의 조카 덕후감

① 내 이름은 장미별

“나도 별명 지어줘잉!”

“장미별!”

“왜엥?”

“눈이 장미처럼 예쁘고 별처럼 반짝이니까.”

아, 뭐 이런 낭만적인 남자가 다 있나. ‘장미’와 ‘별’의 조합이라니. 어떤 남자가 이런 생각을 할까. 나만 보면 “예쁘다”를 남발하는 이 남자 때문에, ‘홀로’ 인생이 외롭지 않다. 바로 나만의 남자, 6살 조카 남. 대. 현이다.

고모, 이모한테 모든 조카가 그렇겠지만, 이 아이는 너무 낭만이 넘친다. 할머니가 사준 코끼리 인형에 이름을 지어주자니 ‘보름이’란다. “귀가 보름달처럼 크고 둥글어서.” 내친김에 “고모 별명도 지어달라”니 장미별이 1초도 안 되어 그 작고 ‘야물딱진’ 입에서 나온다. 그래, 아이들은 거짓말을 못 하지. 실은 난 장미처럼 예쁘고 별처럼 반짝이는 여자였던 거야. “미친다” “디진다” 언니부터 엄마까지 샘난 여자들이 아우성친다. “염병하네”가 안 나온 게 다행일까. 동생은 심각하다. “대현이 여자 보는 눈 없어서 큰일이다.” 올케는… 말이 없다.

그 어떤 방해 공작에도 이 남자의 사랑은 흔들리지 않는다. 가끔은 나도 당혹스러울 때도 있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조카한테 “왜”라고 물으면 이렇게 말한다. “고모 사랑스러우니까.” 악. 닭살 멘트 최강자다.

‘홀로 인생’을 외롭지 않게 만들어주는 이 로맨틱한 남자 이야기를 앞으로 해볼까 한다. 첫 조카는 언니의 아이였다. 나도 철없던 시절 태어나서 많이 챙겨주지 못했다. 언니 집에 갔다가 아이 주려고 남겨둔 초코파이를 홀랑 먹기도 했고, 아이 생일에 선물 한번 제대로 사주지 않았다. 나 놀기에도 시간이 없었고, 남친 챙기기 바빴다. 그때는 조카의 존재가 크게 와 닿지 않았고, 예쁘긴 했지만 챙겨야 한다는 생각을 못 했다. 언니한테는 미안한 게 많다. 나이 먹고 철이 들면서, 남자는 부질없다는 걸 깨닫게 된 이후, ‘남’보단 ‘가족’을 더 생각하게 됐다. 남편이 없는 건 아쉽지 않은데, 아이는 아쉬워서 내 아이에게 쏟을 애정을 조카한테 쏟게 된 것일까. 아무튼 조카가 ‘너무너무너무’ 예쁘다.

“어떻게 조카가 남자를 대신하냐”고 기혼자들은 말하는데, 신기하게도 대신한다. 연인 사이 닭살 돋는 애칭도, 조카의 ‘장미별’ 한마디면 부럽지 않다. 조카의 사랑스러운 눈빛이면 가끔 밀려오는 외로움도 한방에 가신다. 명절이나 동생 집에서 잔 다음날 아침이면 내가 잠든 방에 들어와 나를 깨우고, 내 품에 폭 안기면 ‘이게 바로 행복이구나’ 싶다.

애가 사회생활을 잘한다고? 아니다. 할머니 별명을 지어달라니 “순돌이”라고 했다. 왜? “순해서!” 그는 나한테만 달달한 남자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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