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18일 오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검사무실에 출석해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8일 오전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피의자로 소환됐다. 지난해 11월6일 검찰 특별수사팀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지 석달 여 만이다.
우 전 수석은 이날 오전 9시
52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도착했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 국정농단을 왜 모른체 했느냐’, ‘이석수 특별감찰관 내사를 방해한 이유가 무엇인가’, ‘문체부 인사에 개입했느냐’ 등 기자들의 질문에 “들어가서 성실히 조사를 받겠다”고 말했다. ’최순실씨를 여전히 모르느냐’는 질문에는 “모릅니다”고 답했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에 대해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우 전 수석은 직권남용 외에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높다. 개인 비리 의혹을 조사할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5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청와대 민정비서관 및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면서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비리 행위를 제대로 감찰·예방하지 못했거나 이를 알고도 묵인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지난해 상반기 이석수 전 대통령 특별감찰관이 미르·케이스포츠재단의 불법 모금과 우 전 수석 가족기업인 정강의 횡령 의혹을 감찰할 때 이를 무마하기 위해 이 전 특별감찰관을 해임시키려고 압력을 가한 혐의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이 씨제이이앤앰(CJ E&M) 표적조사를 거부한 공정거래위원회 담당 국장을 강제 퇴직시키는 과정에 개입하고, 청와대 지시를 따르지 않은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을 불법 감찰해 한직으로 좌천시키는 데 관여한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또 아들이 서울지방경찰청 운전병으로 전출되는 특혜를 받는 과정에 우 전 수석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특검팀이 1차 수사기간 만료(2월28일)를 열흘 앞두고 뒤늦게 우 전 수석을 소환하는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같은 검찰 출신인 특검팀 검사들이 우 전 수석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핵심 수사 대상자를 휴무일인 토요일에 불러 조사해 편의를 봐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규철 대변인은 “우 전 수석 소환조사는 사전 조사 때문에 시기가 늦춰졌을 뿐 다른 사정으로 인해 지연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우 전 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비위 의혹을 수사했던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은 출범 4개월만에 결과를 내놓지 못한 채 해산했다. 애초 검찰 특수팀은 출범 6일만인 지난 8월29일 정강 등 8곳을 압수수색하며 속도를 내는 듯 했지만 이후 우 전 수석 소환 조사까지 2개월여가 걸리는 등 눈치보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18일 오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검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18일 오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검사무실에 출석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