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18일 오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검사무실에 출석해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출범 초기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핵심 수사 대상으로 삼은 인물은 김기춘(78·구속기소)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재용(49·구속) 삼성전자 부회장,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이들 가운데 두 명은 구속됐고 남은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도 19일 청구됐다. 전체 수사의 성패를 가를 마지막 분수령인만큼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의 혐의 입증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별검사법이 수사 대상으로 규정한 우 전 수석 의혹은 두 가지다.
첫째,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박 대통령과 공모해 정부 인사에 개입하고 대기업 돈을 받는 비리를 저지르는 동안 우 전 수석이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것이다. 우 전 수석은 최씨의 비리 행위가 본격화한 2014년 5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민정수석을 지냈다. 특검팀은 사정업무와 인사검증을 총괄하는 우 전 수석이 당시 정·관계와 재계에 널리 퍼진 최씨의 비리 행위를 상식적으로 몰랐을리 없다고 의심하고 있다.
둘째, 우 전 수석이 지난해 미르·케이스포츠재단의 불법 모금과 우 전 수석 가족기업인 정강의 횡령 의혹을 감찰한 이석수(54) 전 특별감찰관을 해임시키고 특별감찰관실 해체를 사실상 주도했다는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 우 전 수석의 입김이 있었다는 특별감찰관실 관계자의 진술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17일 이 전 특별감찰관 사직 뒤 정부가 감찰담당관들을 자동퇴직시킨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가처분 결정을 내려 이런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검팀은 이외에도 우 전 수석이 씨제이이앤앰(CJ E&M) 표적조사를 거부한 공정거래위원회 담당 국장을 강제 퇴직시키는 과정에 개입하고, 청와대 지시를 따르지 않은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을 불법 감찰해 한직으로 좌천시키는 데 관여한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아들의 꽃보직 특혜의혹과 정강을 통한 횡령 혐의 등도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특검팀은 2014년 6월 광주지검 특별수사팀의 세월호 수사 외압, 2014년 11월 정윤회 문건 사태 수사 외압, 지난해 6월 롯데그룹 수사 정보 유출 등 우 전 수석이 검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반쪽 수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검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이 법무부 검찰국과 대검 등 압수수색이나 검사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부담스러워한다는 내부 얘기도 흘러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정권에 순치돼 감시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박근혜 정부의 검찰은 최씨 국정농단 사건의 구조적 원인 중 하나다. 특검법의 수사대상으로 우 전 수석 의혹을 한정할 경우 특검의 존재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