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2월21일, ‘CIA에 가장 큰 해악을 입힌 첩자’ 에임스 부부의 체포
■ ‘재규어를 모는 스파이’로 알려진 올드리치 에임스(1941~ )
게으르기로 유명한 직원이었다. 알코올 중독은 기본. 해외출장을 다녀와 영수증도 보고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이 보안규정도 무시. 기밀자료를 쇼핑백에 넣어 들고 다녔다나. “깜짝 놀랄 정도로 무능하고 자기 일에 관심이 없다”며 감찰관들이 개탄할 지경. 소련대사를 포섭해보겠다며 종종 찾아가 점심을 먹었지만 (당연히) 성과가 없었다.
당시 미국 첩보당국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1985년 이후로 작전이 백여 번이나 실패하고 비밀요원도 열 명 넘게 처형당했기 때문이다. 혹시 누가 정보를 빼돌리는 것은 아닐까? 합동조사반이 여러 해 동안 수사를 벌였다. 그러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 소련대사와 점심을 먹을 때마다 ‘게으른 직원’ 에임스의 은행 계좌로 큰돈이 들어오는 것 아닌가. 그러고 보니 에임스는 씀씀이도 컸다. 재규어를 새 차로 뽑아 타고 다녔으니.
에임스는 이념이 아니라 돈 때문에 첩자가 된 사람. 소련이 망한 다음에는 러시아에 정보를 팔았다. “중앙정보국 역사상 에임스보다 큰 피해를 입힌 사람이 없다”는 평가. 직원으로서는 별로였지만 배신자로서는 탁월했던 걸까. 부부가 함께 체포된 날이 1994년 2월21일이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