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민정수석이 2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법률 지식을 활용해 처벌을 피하는 태도 때문에 ‘법꾸라지’로 불리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우 전 수석이 21일 예정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61)씨의 정부 인사개입 등 국정농단을 방조하거나 묵인하고(직무유기), 자신의 가족회사인 정강의 횡령 의혹을 감찰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해임시키고 특별감찰관실 해임을 주도했으며(특별감찰관법 위반),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한(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우 전 수석은 이날 10시30분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9시30분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했다. 검은색 코트에 남색 넥타이 차림의 그는 ‘민간인 불법 사찰했다는 혐의를 받는데 인정하느냐’, ‘특검이 적용한 혐의를 인정하느냐’ 등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다만 ‘최순실씨를 여전히 모르느냐’는 질문에는 ‘예, 모릅니다’라고 답했다.
특검팀 사무실에서 10여분 정도 짧게 머무른 우 전 수석은 10시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법원 출입구에 마련된 포토라인에 잠시 선 채 ‘국정농단을 묵인했느냐’, ‘문체부 인사에 개입했느냐’ 등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다만 ‘구속되면 마지막 인터뷰일 수 있는데 한마디 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법정에서 입장을 충분히 밝히겠다”라고 답했다. 이어 ‘최순실씨를 왜 자꾸 모른다고 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 차례 뒤를 돌아보며 “모릅니다”라고 답했다. 우 전 수석은 ‘법은 잘 지키지만 비도덕적인 공무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마지막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보안검색대를 통과해 3층 법정으로 향했다. 법정 출입구 주변에선 중년 여성 두명이 ‘힘내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의 영장실질심사는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다. 오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로 전보된 뒤 첫 주요 사건으로 우 전 수석의 영장심사를 맡게 됐다. 결과는 이날 늦은 밤이나 다음날 새벽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