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탄핵 기각을 외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변론 종결이 가까워지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이들의 과격 행동이 한층 격렬해지고 있다.
경찰은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신변 보호에 나섰다. 경찰청은 25일 “박 특별검사와 일부 특검팀 관계자들의 집과 사무실에 전담 경찰관을 배치해 특별신변보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지난 23일 경찰청에 박 특검과 4명의 특검보, 윤석열 수사팀장 등 6명의 신변보호를 요청한 바 있다.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4일 오후 박 특검 집 앞에서 “박영수의 목을 쳐야 한다”며 알루미늄 방망이를 휘두르는 과격 시위가 있었고, 지난 7일엔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 앞에 박 특검과 이규철 특검 대변인을 교수형에 처하는 모양의 사진이 내걸리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23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의 특별신변보호도 시작했다.
실제로 최아무개(25)씨는 지난 23일 박사모(박근혜를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 인터넷 카페에 “헌재의 현행 8인체제에서 이정미가 사라진다면 7인체제가 됩니다. 저는 이제 살 만큼 살았습니다. 나라를 구할 수 있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이정미 죽여버릴랍니다”라고 썼다. 최씨는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압박감을 느껴 25일 자수했다. 경찰은 범행동기, 배후 등을 조사해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25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가 개최한 14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서는 각종 과격 발언과 폭력 행위가 잇따랐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 소속 김평우, 서석구 변호사를 비롯해 김진태·조원진·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무대에 올랐다. 정광용 탄기국 공동대표는 헌법재판소를 향해 “헌재에 악마의 재판관이 3명 있다. 이들 때문에 박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아스팔트에 피가 뿌려질 것이다. 참극을 보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과 강일원 탄핵심판 주심을 두고 “헌정 전체를 탄핵하려 한다. (우리는) 당신들의 안위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시민 양아무개(70)씨는 ‘이게 나라냐’ 문구가 적힌 탄핵 촉구 전단지를 돌리다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에게 얼굴 부위를 폭행당했다. 양씨는 “해병대 복장을 한 사람 10여명이 ‘빨갱이’라 소리치며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폭행을 저지른 사람을 특정하기 위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탄핵반대 집회 본무대 인근에서 인화성 물질로 추정되는 2리터(ℓ)짜리 액체 2통을 들고 있던 이아무개(68)씨가 검거되는 소동도 있었다. 이씨는 “시국에 대한 불만으로 분신하려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경비병력 212개중대(1만7000여명)를 현장에 투입해 촛불집회와 탄핵반대집회 참가자들의 충돌을 막았다. 25일 30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한 탄기국은 3월1일 500만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고한솔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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