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최종변론기일을 하루 앞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 알림판에 관련 안내문이 보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열리는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밝혀 그동안 박 대통령의 출석 가능성을 내비쳤던 대리인단의 행태가 ‘지연 전술’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 쪽이 불출석을 결정한 것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불복종’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대리인들은 그동안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을 지연 전술로 활용해왔다. 이중환 변호사는 1월까지만 해도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에 대해 “상의한 적 없다”, “건의 드린 적도 없다”고 말했다.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들이 지난 8일 “14일까지 피청구인의 출석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달라”고 요구했지만 답하지 않았다.
그랬던 박 대통령 쪽은 지난 16일 헌재가 “24일 최종 변론을 하겠다”고 밝히자 태도가 확 바뀌었다. 대리인들은 이틀 뒤 헌재에 “피청구인(박 대통령)이 직접 출석하여 최종 의견 진술을 하게 되는 경우 어느 정도 입장을 정리하고 자료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변론종결일을 3월2일 또는 3일로 지정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확정되지도 않은 박 대통령의 출석을 내세워 최종 변론기일을 최대한 지연시켜 헌재소장 권한대행인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13일 뒤로 선고를 늦추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재판장을 맡은 이정미 재판관은 20일 15차 변론에서 “22일 전까지 출석하는지 안 하는지 확정해 달라. 출석한다면 재판부에서 정해드리는 기일에 출석해야 한다. 변론 종결 후 출석한다고 해서 기일을 따로 잡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22일 16차 변론에서 박 대통령 쪽은 헌재 비난에만 몰두하고 박 대통령 출석 여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이 재판관은 최종 변론일을 27일로 연기하며 “대통령 출석 여부를 26일까지 알려달라”고 최후 통첩했다.
박 대통령 쪽은 자신의 입장을 적극 알리는 것보다 파면 결정이 내려질 경우 탄핵심판 절차를 문제 삼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 불출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 대통령 대리인들은 헌재가 23일까지 제출하라는 최종 준비서면도 아직 내지 않은 채 주말 동안 ‘헌재 헐뜯기’에 나섰다. 박 대통령 대리인인 김평우 변호사는 지난 25일 제14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 나와 “원로들이 무조건 헌재 결정에는 승복해야 한다는데, 양반이 복종하라면 복종하는 우리가 노예냐”라고 말했다. 같은 날 손범규 변호사도 문자메시지를 통해 기자들에게 “8인 또는 7인 재판관이 평의·선고까지 하면 재심사유다. 헌재 구성을 게을리해 재심사유에 해당하는 사태가 되면 이 재판에 관여한 법조인들은 모두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의 법적 근거는 희박하다. 헌법재판소법의 심판정족수는 재판관 7명이고, 실제 조용환 재판관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 부결로 1년 2개월간 8인 체제를 운영한 적이 있다. 국회 소추위원인 권성동 바른정당 의원은 “피청구인 측에서 박한철 헌재소장 퇴임 뒤 8인 체제의 위헌성을 주장하지 않다가 갑자기 언급하는 것은 탄핵심판의 공정성을 흔들려는 정치적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탄핵심판 재심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연구원이 낸 <주석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적 의미의 중대성과 정치적·사회적 파장, 새로 선출된 대통령의 정당성 때문에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박 대통령 대리인들이 법리 공방은 포기하고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려고 한 것이 확인됐다. 탄핵 인용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헌재 밖에서 재판의 흠을 잡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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