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연장이 거부된 27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이규철 특검보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추진했던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가 대통령 쪽의 무리한 요구로 최종 결렬된 것으로 27일 드러났다. 특검은 청와대 거부로 청와대 압수수색이 무산됐다며 수사 기간 만료일인 내일 압수수색 영장을 반환하기로 했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1차로 무산된 뒤 상호신뢰가 무너진 상황이라 서로 입장차이가 있었다. 특검은 조사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또 조사 중에 돌발적인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녹음·녹화를 원했지만, 청와대 쪽이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 (대면조사가 무산된) 결정적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애초 지난 9일 청와대 경내에서 박 대통령 비공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이런 계획이 한 언론에 보도되면서 대통령 쪽 변호인단이 반발해 조사가 무산됐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추진하면서 조사장소와 시간, 형식, 공개 여부 등을 대통령 쪽 요구대로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특검은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판단했지만, 대통령 쪽은 (참고인) 진술조서 형식을 원해 이를 받아들였다. 대면조사가 1차 무산된 뒤 2차 협의 때도 특별한 이견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면조사가 무산된 뒤 특검 쪽은 “대면조사 과정에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걸 고려했고, 대면조사를 처음부터 다시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 때문에 녹음·녹화를 요구한 것”이라고 했다.
특검팀은 또 박 대통령 쪽이 예민하게 반응했던 대면조사 공개 여부는 대면조사 무산의 결정적 요인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대면조사 공개 여부는 상호 간 이견이 좁혀져 있었다. 청와대 경내에서 대면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던 만큼 미리 조사가 공개되더라도 특별한 문제가 없었는데도 청와대 쪽은 공개를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 쪽과 대면조사 관련 몇 차례 공문 형식의 서신을 주고받았으나 지난 주말을 끝으로 더이상 협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특검팀은 법원에서 발부받은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 역시 28일 반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검팀은 지난 3일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고 했으나 청와대는 이를 불승인했다. 이 대변인은 “수사 기간 만료가 임박해 특검은 청와대가 제출한 임의제출 방식도 검토했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법원에서 적법하게 발부받은 영장을 집행하지 못해 아쉽게 생각하고 향후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입법적 해결방안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수사 기간 연장 불승인으로 오는 28일 공식 수사를 종료하게 되는 특검팀은 이재용(구속) 삼성전자 부회장뿐 아니라 수사기간 내 입건한 피의자들을 수사 기간 만료일에 최종적으로 일괄기소하기로 했다. 이 대변인은 “내일 추가 기소될 사람은 10~15명 정도다. 수사결과 발표는 다음 달 2일 또는 3일에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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