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팀 이규철 대변인이 3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청와대 압수수색 및 수사진행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90일 수사기간 종료…최순실도 추가 기소 방침
박근혜 대면조사 무산…우병우 의혹도 검찰 이첩
박근혜 대면조사 무산…우병우 의혹도 검찰 이첩
90일 동안 숨가쁘게 달려온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7일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저지’로 강제 정차했다. 특검팀은 수사기간 연장이 거부된 데 대해 이날 “유감”의 뜻을 밝히면서, 수사기간 종료일인 2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과 최순실(61·구속기소)씨 등 10여명을 최종 기소하겠다고 말했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입건되거나 고발된 피의자들에 대해 기소 여부를 검토한 뒤 내일 최종적으로 일괄 처리할 예정”이라며 “10~15명을 추가로 재판에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13명을 재판에 넘겨, 최종 기소 인원은 12차례 역대 특검 중 최다인 20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1일 출범한 특검팀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압박 의혹과 관련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구속기소했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등 7명을 기소했다. 특검팀은 또 최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이화여대 학사 특혜 의혹과 관련해 류철균(필명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 등 4명을 구속기소했고, 비선진료 의혹과 관련해 김영재 원장의 부인이자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인 박채윤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특검팀은 수사 기간 만료일인 28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433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 삼성 임원 5명을 기소할 방침이다. 삼성과의 뇌물수수를 공모한 혐의 등으로 최순실씨도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이밖에 청와대 ‘비선 진료’ 의혹과 관련해 성형외과 의사 김영재씨,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을 기소하고, 이대 학사 의혹의 정점인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등도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이번 국정농단 사건의 최정점인 박 대통령에 대한 특검 조사는 결국 무산됐다. 검찰 조사를 끝내 외면했던 박 대통령은 ‘특검 조사에는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다양한 핑계를 대며 사실상 조사를 거부했다. 국정농단 진상 규명을 위한 필수 과정인 청와대 압수수색도 청와대 거부로 무산됐다. 특검팀은 행정소송을 내고, 황 권한대행에게 청와대 압수수색 허가를 요청했지만 결국 거부당했다.
국정농단 사건을 방치하고 비호했다는 의혹을 받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는 다시 검찰로 이첩될 것으로 보인다. 이규철 특검보는 “특검에서 상당 부분 수사가 이뤄져 검찰이 잘 처리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 수석의 개인비리까지 종합해서 전체적으로 수사를 완료해서 처리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을 수사하면서 ‘친정’인 검찰과 법무부 등을 수사 대상에서 제외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검팀은 28일 수사기간이 종료되면, 특검법에 따라 다음달 3일까지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사건을 다시 인계할 예정이다. 특검팀은 최종 수사결과를 이르면 3월2일 발표할 예정이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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