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7일 최종변론을 마치고 본격적인 평의에 착수함에 따라 박 대통령의 탄핵 여부 결정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헌재소장의 공석과 박 대통령 쪽의 흠집내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공정과 신속’ 사이에 균형을 잡아온 8명의 재판관들은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13일까지는 선고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지난해 12월9일 국회가 박 대통령 탄핵심판을 청구한 뒤 매일 평의를 열어 재판 진행과 쟁점 정리 등을 논의했다. 최종 변론 이후에도 헌재는 5만쪽이 넘는 검찰조서 같은 증거와 25명의 증인에 대한 26차례 신문, 양쪽의 변론 등을 종합해 탄핵심판의 최종 결론을 내기 위한 본격적인 평의를 매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평의는 재판의 결론을 내리기 위해 재판관들이 합의하고 표결하는 모든 과정으로, 재판관들만 참여하고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헌재는 그동안의 변론 내용을 바탕으로 5가지 탄핵소추 사유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그 사실관계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는지 따지게 된다. 재판관들이 박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면, 대통령직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인지 여부를 집중 검토한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기각 결정문에서 헌재는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은 대통령의 법위반 행위가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거나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라고 밝혔다. 단, 모든 탄핵소추 사유가 중대한 법 위반일 필요는 없다.
논의가 무르익으면 재판관들은 주심 재판관, 임명일자 역순으로 후임 재판관, 재판장 순으로 탄핵 인용인지 기각인지 각자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평결’을 한다. 다른 사정이 없으면 이번도 이 순서대로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 조용호·서기석·안창호·김창종·이진성·김이수·이정미 재판관 순으로 진행된다. 탄핵심판이 인용되기 위해서는 재판관 8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평결 이후 헌재는 결정문 작성에 착수한다. 탄핵심판 결정은 요건을 갖추지 못해 따져볼 필요도 없다는 각하 결정, 요건은 갖췄지만 중대한 법위반은 없다는 기각 결정, 중대한 법위반이라는 파면 결정 중 하나다. 결정문은 주심재판관이 다수 의견이면 주심재판관이, 소수의견이면 다수의견인 재판관 중 한 명이 쓴다. 헌재는 변론 진행 중에 결정문에 담길 내용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뒤 헌법재판소법이 개정돼 모든 재판관들은 결정문에 실명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혀야 한다.
재판관들은 앞으로 ‘시간과의 싸움’을 해야 한다. 이정미 재판관은 16일 변론에서 “국가원수이고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돼 국정 공백과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1년이고 2년이고 재판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게다가 1월31일 박한철 헌재소장의 퇴임에 이어 3월13일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도 예정돼있다. 헌재가 결정을 늦추면 심판 정족수를 간신히 채우는 7명의 재판관이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박한철 전 헌재소장은 마지막으로 참여한 1월25일 9차 변론에서 “재판관 1인이 추가 공석이되면 심판 결과를 왜곡시켜 이 사건 심리와 판단에 막대한 지장이 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2004년 4월30일 최종변론을 하고 2주 뒤인 5월14일 기각을 선고했다. 헌재는 당시보다 탄핵소추 사유가 훨씬 복잡한데도 매주 2~3차례씩 변론을 열고 26차례 증인신문을 마치며 신속한 심리 의지를 보여줬다. 재판관 8명의 의견이 얼마나 나뉠지, 같은 의견이라도 세부 쟁점에서 어떻게 갈릴지가 마지막 변수다. 다만 선고 전에 박 대통령이 자진사퇴할 여지도 남아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변론 과정에서 사실관계에 대한 의문은 많이 해소돼 이정미 재판관 퇴임 전 결정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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