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부대 회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각하를 촉구하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맞는 3·1절, 서울 도심에선 탄핵 찬반 집회가 함께 열린다. 양쪽 모두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을 예고해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경찰과 양 집회 주최 쪽은 불상사를 방지하는 데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촛불집회 주최 쪽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5시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구속 만세! 탄핵인용 만세! 박근혜 퇴진 18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연다. 이날 집회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박원순 서울시장도 발언에 나선다. ‘시민대표 33명’은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선언’을 한다. 퇴진행동은 집회에 참여할 시민들에게 3·1절인 만큼 태극기도 들고 나와달라 요청했는데, 탄핵반대 집회 참가자들과 구별을 위해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달아줄 것을 부탁했다.
촛불집회 장소와 가까운 곳에서 탄핵반대 집회도 열린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오전 11시 기독교 단체들의 1부 집회(기도회)에 이어 오후 2시부터 ‘15차 태극기 집회’를 연다. 탄기국 쪽은 평소처럼 대한문 앞이 아닌 광화문광장 남단과 맞붙은 세종대로 네거리에 무대를 설치한다. 이들은 세종대로 네거리를 중심으로 동쪽과 남쪽으로 각 2.8㎞와 2㎞ 구간을 집회 장소로 삼는다고 밝혔다. 시간대는 다르지만 촛불집회가 열릴 광화문광장과 매우 가깝다.
양쪽의 행진 경로도 가까워졌다. 퇴진행동은 집회가 끝나는 저녁 7시께부터 광화문광장 북단에서 출발해 경복궁 왼편인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을 지나 청와대 앞 100m 지점까지 행진한다. 앞서 퇴진행동은 헌재와 총리공관 방면 행진도 신고했으나 먼저 신고한 탄기국 쪽과 경로가 겹쳐 경찰이 금지통고했다. 탄기국은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4시까지 청와대와 헌재 방면을 포함한 5개 경로로 행진을 시작한다. 청와대 방면 행진은 동십자각 네거리를 거쳐 삼청로 세움아트스페이스까지, 포시즌스호텔을 지나 내자동 네거리를 거쳐 신교동 네거리까지 두 경로다. 이런 우려 때문에 앞서 27일 이철성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양쪽이) 지리적으로 밀접한 만큼 차벽과 경찰 병력으로 최대한 마찰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경찰은 충돌에 대비해 인력 1만6000명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집회를 주최하는 양쪽은 충돌이나 폭력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겠다는 입장이다. 퇴진행동의 남정수 공동대변인은 “지금까지 그랬듯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 사태가 있어선 안 된다고 보고 경찰과 서울시에도 충분히 협조 요청을 해놨고, 자체적으로도 비상팀을 가동한다”며 “참여하시는 시민들께서도 너무 위축될 필요 없다”고 말했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도 “늘 집회에서 ‘무저항 비폭력’을 외치고 있다”며 “충돌 가능성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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