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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청와대 압수수색했으면 우병우 직권남용 충분히 밝혀냈을 것”

등록 2017-03-03 20:34수정 2017-03-03 22:19

‘재계 저승사자’ 박영수 특검의 70일 수사 소회
‘피의자 아닌 참고인 조서’
박대통령쪽, 끝까지 고집
김기춘 아들 압수수색때 가슴아파

CJ·SK·롯데까지 수사했어야…
청문회 위증 보고 엄벌 다짐
이 참에 정경유착 고리 끊어야
박영수 특별검사가 3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 근처 식당에서 특검 취재기자단과 오찬간담회를 한 뒤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박영수 특별검사가 3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 근처 식당에서 특검 취재기자단과 오찬간담회를 한 뒤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박영수 특별검사가 3일 출입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70일간의 수사과정에서 빚어진 뒷이야기와 소회를 털어놨다. 이날 오찬에는 이용복·박충근·양재식·이규철 특검보, 어방용 수사지원단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오는 6일 수사결과 발표를 앞둔 특검팀은 전날 저녁 청계산 인근 고깃집에서 조촐하게 전체 회식을 했다고 한다. 홀가분한 표정의 박 특검은 수사의 공을 특검팀원들에게 돌리며 자신은 운이 좋았다는 말로 몸을 낮췄다.

■ 검찰 선후배 김기춘·우병우 박 특검은 “특검팀 수사가 거칠다는 혹평에 대해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김기춘 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이 특검팀의 압수수색 실시 이틀 전 아들과 딸 집으로 짐을 빼돌린 일화를 전했다. 박 특검은 “특검팀이 김 전 실장 집에 압수수색을 갔을 때 이미 짐을 다 옮겨놨더라. 동네 폐회로티브이(CCTV)를 일주일가량 분석해보니 인근에 사는 딸과 아들 집에 드나든 흔적이 나왔다. 김 전 실장 아들이 몸이 굉장히 안 좋다. 고민고민 끝에 압수물을 가지러 갔다. 대신 가족 분들이 마음 상하지 않게 예의를 최대한 갖춰 진행했다”고 말했다.

박 특검은 “나도 인간이고 검사들도 인간이다. 김 전 실장은 5공비리 수사 때 총장으로 모신 분이기도 하다. 김 전 실장 아들 집을 압수수색할 때는 가슴이 아팠다. 특검팀이 비인간적인 수사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특검은 김 전 실장이 특검팀에 출석한 날 밤 12시쯤 조사를 다 마친 뒤 김 전 실장 조사실로 찾아가 인사를 전하며 김 전 실장 부인과 아들 병세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박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했다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권남용 혐의를 충분히 밝혀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특검은 “우 전 수석 관련해서는 내사 기간이 굉장히 길었다. 범죄사실만 8개를 구속영장에 담았다. 우 전 수석 구속영장은 재청구하면 100% 나올 것으로 보지만, 수사할 시간적 여력이 없었다. 또 특검법이 한정한 수사대상 문제 탓에 가족회사인 정강의 횡령 등 개인 비리 수사는 제대로 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검찰에서 수사를 잘 할 것으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원 9기수 차이가 나는 박 특검(10기)과 우 전 수석(19기)은 과거 수원지검에서 부장검사와 평검사로 근무한 인연이 있다. 박 특검은 “우 전 수석은 내가 수원지검에서 부장검사를 할 때 옆 형사부에 평검사로 근무했다. 당시 수원에서 발생한 미술학원 방화 사건으로 30여명이 사망해 내가 수사반장을 맡았다. 우 전 수석이 일을 정말 잘 해서 우리 팀에서 같이 수사했다. 우 전 수석도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경유착 고리 끊어야” 박 특검은 우 전 수석 수사와 삼성 이외 다른 대기업 수사를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국민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솔직히 우 전 수석, 씨제이(CJ), 에스케이(SK), 롯데까지 수사했어야 특검으로서 최소한의 소임은 다했다고 할텐데 그런 것들을 하지 못해 국민들에게 참 죄송하다. 우리가 시간을 못 맞춘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박 특검은 검찰 재직 시절부터 이어져온 대기업들과의 악연도 전했다. 그는 “삼성 변호인단이 경제논리를 앞세우면 법이 밀릴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상하게 재계와 사이가 안 좋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 때 에스케이(SK) 처음 수사했고, 그 다음에 대검 중수부장 때 현대자동차, 그 와중에 김우중씨도 구속했다. 이번에 삼성 사건을 담당한 한동훈 부장검사는 에스케이 때 막내 평검사로, 현대자동차 수사 때는 중수부 연구관으로 데리고 있었다. 이번에 삼성 수사까지 하니 참 인연이 많다”고 말했다.

박 특검은 “국회 청문회에 나온 증인들이 거짓말하는 모습을 보고 엄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국민들이 보고 있는 청문회 아닌가. 우리 사회가 위증에 대해 관대한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순실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크게 두가지 축을 중심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박 특검은 “최씨 사건은 두개의 고리가 있다. 첫째,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국정을 농단한 것, 둘째, 정경유착이다. 최씨는 우리 사회 정경유착을 활용해 자신의 이권을 챙겼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정경유착의 고리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기업들의 출연 행위를 축소해 보는 시각이 있는데, 최씨의 위세에 눌려 기업들이 돈을 낸 것이 아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몇개 기업 수사를 통해 경종을 울리려는 취지로 접근을 했지, 검찰이 형사사법권한으로 대한민국 경제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오만이라고 생각했다.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특검은 최씨에 대해 “참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최씨가 욕심이 없었다면 그런 일을 벌이지는 않았겠지만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더라. 주변에 폭넓게 사람이 있었다면 인사농단이 없었을 거다. 박 대통령과는 너무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사건이다. 최씨가 국민 앞에 서서 ‘죄가 어떻든 내 불찰로 잘못했다’고 사죄하는 것이 좋을텐데 그렇게 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영수 특별검사(오른쪽부터)와 어방용 특검 수사지원단장, 박충근, 양재식, 이용복(맨 뒤쪽) 특검보 등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3일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 인근 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박영수 특별검사(오른쪽부터)와 어방용 특검 수사지원단장, 박충근, 양재식, 이용복(맨 뒤쪽) 특검보 등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3일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 인근 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대통령 조사 무산된 까닭 박 대통령 대면조사 조율 과정도 상세히 이야기했다. 박 특검은 “박 대통령 조사를 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사실 일정 조율할 때 처음에는 박 대통령 쪽에 100% 양보했다. 청와대 경내에서 조사하자고 하고, 조사시간도 그쪽이 하자는대로 하기로 하고, 그러니까 박 대통령 쪽이 대면조사를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 그래서 2월9일 조사 날짜를 잡았다. 그런데 그 이틀 전에 저녁 방송에 대면조사 일정이 보도되는 바람에 무산됐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조사시간과 관련해서는 특검팀이 박 대통령 쪽 요구를 수용해 6시간 조사로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특검은 “특검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조사 중간에 중단되는 사태 등 돌발적인 상황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영상녹화를, 그것도 안 되면 녹음만이라도 하자고 했다. 녹음만 하게 해주면 나머지는 박 대통령 쪽에 다 양보하겠다고 했다. 약속된 대면조사 이틀 전에 언론에 보도됐다는 이유로 일정을 깨는 사람들이라 도저히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고 조사한 뒤 억측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녹음은 분명히 하자는 게 수사팀 태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진술 조서도 원래는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아야 하지만, 박 대통령 쪽이 참고인의 경우에는 어떻다 어떻다 요구를 해서 형식적으로 참고인 조서를 받겠다고 했는데도 안 됐다. 어떻게든 조사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쪽은 특검팀이 조사할 때 피의자라는 지칭을 하지 않고 피의자 신문조서가 아닌 진술조서 양식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특검은 수사결과 발표에 담지 못하는 수사 자료를 담아 ‘특검수사 백서’를 발간하겠다고 했다. 현재 박 특검과 어방용 특검팀 수사지원단장, 일부 파견 검사들이 집필할 계획이며, 피의사실 공표 문제 때문에 공개 여부는 고심 중이다. 박 특검은 “수사 백서는 앞으로 다른 수사에 참고하도록 하는 의미가 있다. 과거 성수대교 수사 백서 사례가 있다. 공소장 의견서 두개만 합쳐도 책 반권은 된다. 삼성 수사 공소장만해도 300페이지에 달한다. 나중에 후배들이 자연스럽고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박 특검은 출근할 때 항상 무서운 표정을 지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지난 70일 수사기간 동안 단 하루도 출근길이 편치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직원들이 쓰레기 처리를 잘못해 중요한 서류 빠뜨리진 않았는지, 하다 못해 기록이 법원으로 잘 전달됐는지 등 별 걱정을 다하느라 하루하루 편한 날이 없었다. 매일매일 위태위태했다. 검사들도 몸이 안 좋아 병원 신세를 지기도 하고 코피를 흘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특검은 “내 나이가 이제 예순다섯이다. 서울고검장 퇴직할 때 말했듯 난 검사로서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이번 수사 착수할 때 검사들한테 그랬다. 나는 다른 운은 없어도 수사 운은 있다고. 검사로서 이런 수사를 해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명예로운 일이다”고 말했다.

김정필 최현준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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