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 등 이 6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지난달 28일을 끝으로 90일간의 활동을 마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 기소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433억원 상당의 뇌물 수수혐의를 밝혀내는 등 성과를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내용을 바탕으로 제도 개선도 제안했다. 단순히 특검법이나 특검의 운용에 관련된 사안뿐만 아니라, 정부 산하 위원회나 인사들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 방향도 제시한 점도 눈에 띈다.
6일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결과 발표자료를 보면, 특검팀은 국민연금 보유주식 의결권 행사 관련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연금이 외부위원이 포함된 전문위원회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 여부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 합병에 찬성하라는 취지의 청와대-보건복지부의 지시에 따라 내부위원들로만 구성된 투자위원회에서 심의해 찬성 결정한 데 대한 것이다.
특검팀은 “국민연금 기금 부실 운영에 따른 기금 고갈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합병비율이 매우 불공정해 막대한 손해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등 외압을 받고 합병에 찬성한 사실이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며 “국민연금공단 보유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청와대·정부부처의 개입을 차단하고 독립성·전문성 확보를 위해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의 실질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투자위원회 위원 3인 이상이 전문위원회 회부를 요구한 주요안건은 기금운용본부가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해야 한다’로 바꿀 것을 권고했다. 특검팀은 청와대에서 작성한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바탕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부처 산하 문화예술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한국문화산업출판진흥원의 각종 지원사업 심사 결정에 부당개입한 사실을 두고서도 산하기관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검팀은 “문체부 산하기관의 기금공모 심사에 청와대와 문체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산하기관의 독립성이 단순한 선언에 그칠 것이 아니라 독립적 심사를 실효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문체부 산하기관 임원 선임도 권력기관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인사시스템 확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청와대의 거부에 따른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 실패에 대해서도 형사소송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서울행정법원이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를) 능동적으로 압수수색을 하는 검사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압수수색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소극적으로 군사상·공무상 비밀 보호를 위해 압수수색에 응할 수 없다는 취지를 밝히는 데 그치는 것”이라는 취지로 소송을 각하한 데 대해 “법원의 결정은 압수수색을 불승인하더라도 그와 상관없이 수사기관은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갖는 것이라는 것을 선언하는 것이지만 사실상 무장요원의 물리력에 의해 압수수색이 저지되는 경우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입법적으로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을 정비해 불승인에 관한 사법 판단을 구하는 절차를 마련하거나 불승인·거부행위를 처벌하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또, 특검 수사 기간 연장에 대해서도 “대통령 관련 수사의 수사 기간 연장을 대통령이 승인하는 것은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법의 취지와도 맞지 않고, 수사 기간 연장을 둘러싼 소모적인 정치적 논란을 가중시키는 문제가 있다”고 밝힌 뒤 “연장 여부를 임명권자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6개월의 수사 기간을 주고 필요한 만큼 수사를 마친 후 공소유지에 들어가게 하는 등 수사 기간의 사용을 특별검사 스스로 판단해 결정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특검 출범 당시부터 논란이 됐던 공소유지 기간 특검·특검보, 파견검사 문제에 대해서도 “향후 특검법에 공소유지 기간 동안 검사·검찰수사관 파견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둬야 한다” “공소유지 기간에는 특검·특검보가 법률 고문 등 최소한의 영리 행위를 할 수 있게 겸직이 가능하도록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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