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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흙수저? 이선애 내정자, 28년전 한겨레에 ‘독자투고’한 이유

등록 2017-03-07 11:15수정 2017-03-07 22:08

언론들 “노점상 딸이 사시 수석 합격” 잇단 보도에
“사시합격-출신배경 연결짓는 상업주의적 행태” 비판
1989년 11월25일치 <한겨레신문> 6면.
1989년 11월25일치 <한겨레신문> 6면.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후임으로 내정된 이선애 변호사가 28년 전 사법고시에 수석합격한 뒤 자신의 출신 배경과 사법고시 수석 합격을 연관짓는 언론 보도를 공개 비판한 것으로 드러났다.

1989년 11월25일 <한겨레>에는 그해 10월 사법 고시에 수석으로 합격한 이 내정자가 쓴 ‘상업주의적 보도 태도 고발한다’는 제목의 독자투고가 실렸다. 그는 사법고시 수석 합격과 출신 배경을 연결짓는 ‘언론의 상업주의적 태도’를 비판했다. “아무개가 사법시험에 수석합격했다 하면 될 정도의 기삿거리를 수석합격자가 여자라는 점, 그의 부모가 노점상이라는 점, 어린 시절이 고생스러웠다는 점 등을 불필요하게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보도 행태를 두고 “세인의 관심을 몰아가는 황색저널리즘의 속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이 사생활의 비밀을 과도하게 침해했다”며 “수석 합격과 연관이 없는 가정 문제를 노골적으로 파헤쳐 보도하는 태도는 한 개인을 사회 앞에 발가벗겨 세우는 비열한 행위”라는 말도 덧붙였다.

언론의 미담 보도 행태도 지적했다. 그는 “나의 수석 합격 소식을 불우했던 과거와 연결시켜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누구든지 노력만 하면 출세할 수 있고 잘 살 수 있다’는 식의 미담으로 다뤘다”고 비판했다. “이런 미담이 사회에 확산되면 사회의 빈부격차나 소외계층 문제 등 구조적 성격의 문제가 개인 문제로 환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선애 헌법재판관 내정자가 6일 오후 양승태 대법원장의 지명을 받은 뒤 서울 중구 삼일대로 국가인권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소회를 밝히고 승강기에 올라 문이 닫히길 기다리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선애 헌법재판관 내정자가 6일 오후 양승태 대법원장의 지명을 받은 뒤 서울 중구 삼일대로 국가인권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소회를 밝히고 승강기에 올라 문이 닫히길 기다리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 변호사의 1989년 독자투고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 변호사를 헌법재판관으로 내정한 2017년에도 유효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이선애 변호사가 내정되자 ‘노점상 집 딸이 헌법재판관이 됐다’는 내용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이례적으로 언론에 이 변호사의 어린 시절을 상세히 공개했다. 대법원은 6일 언론에 보도자료를 내면서 이 내정자를 “역경을 극복한 희망의 상징”으로 소개했다. “학창시절 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의류노점상을 하는 새 아버지와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며 “사실상 가장 역할을 하며 어렵게 생활했음에도 좌절하지 않고 학업에 정진해 사법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역경을 극복한 모습으로 사회에 감동을 줬다. 사회에 진출한 후에도 꾸준한 기부활동과 봉사활동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인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내정자는 7일 최근 언론보도와 대법원 보도자료에 대한 입장을 묻자 “지금은 의견드리는 것이 적절치 않아 보인다. 혜량해달라”고 문자메시지로 답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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