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인 2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정미헌재소장권한대행이 탄핵심판을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회 소추위원과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이 박 대통령을 뇌물 수수 피의자로 규정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관련 자료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해 탄핵심판의 마지막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특검 수사기록은 탄핵심판 증거로 채택되지 않아 탄핵 여부 결정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막바지 평의를 열고 있는 재판관들의 심증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 대리인들은 7일 헌재에 제출한 ‘특검 수사결과 보고 제출에 대한 피청구인 측 의견’이라는 참고 준비서면에서 “특검 수사결과 발표는 공식 문서가 아니고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가 아니라 사실인정의 자료로 사용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들은 지난 6일 400쪽이 넘는 특검 수사결과와 공소장 등을 참고자료로 제출했다.
특검팀이 추가한 박 대통령의 혐의 다섯 가지 중 뇌물수수는 헌재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기각 결정문에서 파면 사유로 직접 언급했다. 당시 헌재는 “헌법상 부여받은 권한과 지위를 남용하여 뇌물수수 등 부정부패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대통령이 국정을 성실하게 수행하리라는 믿음이 상실돼 더 이상 국정을 맡길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 대리인들은 “박 대통령은 기업들로부터 어떠한 부정한 청탁을 받지 않았고, 기업들도 사회공헌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출연했다. 뇌물수수의 법률위반이 입증되지 않는 이상 대통령 파면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국회 쪽은 탄핵심판에서 “박 대통령이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 출연을 기업들에 부탁하며 출연 전후로 특혜를 준 것은 헌법의 기업 재산권, 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하고 형법의 뇌물, 제3자 뇌물제공, 직권남용, 강요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와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출연금 204억원 등 총 433억원의 뇌물을 수수했다고 밝혔다.
헌재 관계자는 특검 수사결과에 대해 “참고자료를 낼 수는 있지만 증거로 채택되지 않으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는 뇌물수수를 포함해 13가지나 된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검 수사기록이 필요했다면 기다렸겠지만, 헌재는 변론을 마치고 결정만 남겨두고 있어 큰 영향은 없어 보인다. 뇌물수수가 아닌 다른 탄핵 소추 사유 중 하나라도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이면 파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주백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뇌물수수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기각 결정문에 명시돼있어 중요한데, 특검 수사 결과로 피청구인은 상당히 불리한 입장이 됐다. 뇌물수수 증거가 있어 재판관들의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헌재는 이날 오후 3시부터 1시간 동안 평의를 열었으나 탄핵심판 선고 날짜를 정하지 못했다. 헌재 관계자는 “선고기일이 정해지면 즉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헌재 안팎에서는 헌재소장 권한대행인 이정미 재판관 퇴임 전인 9일이나 10일, 퇴임일인 13일 중에 선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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