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와 차은택씨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8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차은택 씨는 법정에서 처음으로 최씨와 마주했다. 연합뉴스
7일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 차은택(48)씨가 증인으로 나와 “미르재단 등 설립과 운영에 최순실씨가 최종 책임을 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차씨는 최씨가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나와 ‘미르재단 설립 및 운영에 개입한 적 없다’고 한 증언이 위증이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이날 열린 최순실(61)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재판에서 차씨는 “미르재단의 모든 프로젝트가 최씨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광고업체 플레이그라운드도 미르재단 영리사업을 위해 최씨의 자본으로 설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이 “최씨는 헌재에 나가 미르재단과 플레이그라운드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사실인가?”라고 묻자 차씨는 “(최씨는) 다 알고 있었고 이성한씨(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에게 집행을 지시하고, 어떻게 하면 미르재단을 활용해 합법적으로 플레이그라운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최씨가 이한선씨(미르재단 이사)한테서 보고를 받았다. 미르재단 이사진 임명 등도 대통령과 상의해 결정한 것으로 안다. 최씨가 막연하게 재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처음 말한 것은 2015년 2월께였다”고 증언했다.
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차씨의 거짓 진술서 작성에 연루된 정황에 대한 증언도 이어졌다. 검찰이 “2016년 12월 청와대 비서실에 대한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성우 수석이 해외에 머물던 증인에게 사실관계를 정리해 달라했고 결국 증인은 진술서를 썼냐”는 질문에 차씨는 “당시 겁이 나서 최순실씨 부분을 배제하고 저에 대한 부분만 써서 (김 전 수석에게) 보내드렸다”고 답했다.
차씨는 김 전 수석에 대해 “최씨가 2015년 1월 김 전 수석이 좌파성향 아닌지 확인하고 청와대 홍보수석을 맡을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라고 했다. 그 뒤 실제 홍보수석에 임명됐다”고 설명했다.
차씨는 증언 중간에 울먹이며 “제가 고영태는 2014년 말 이후 본적도 없다. 그(재단) 일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지시한 사람들이 모두 지금은 본인이 안했다고 한다. 최순실씨는 분명 (진실을) 알고 있다”며 최씨 쪽의 이른바 ‘고영태 음모론’을 부인했다. 최씨는 재판 말미 발언권을 얻어 차씨와 공방을 벌였다. 최씨가 “사익 추구 위해 미르재단에서 돈을 뺐다(고 주장하)는 게 제일 억울하다. 차은택씨를 돕고 싶었다”고 하자 차씨는 “도와주려 했다 생각한다”면서도 “(재단에서) 돈 빼내려는 목적으로 회사 만들었다면 그건 진짜 범죄”라고 답했다.
한편, 최씨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 “박영수 특검법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특권을 부여한 것이라 위법하다”며 법원에 특검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허재현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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