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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고요한 청와대 앞에서 울려펴진 함성 “박근혜 없는 봄이다”

등록 2017-03-10 12:16수정 2017-03-10 13:29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10일 오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주변에 모여 중계방송을 지켜보던 시민들이 헌법재판관 만장일치로 박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이 내려지자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10일 오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주변에 모여 중계방송을 지켜보던 시민들이 헌법재판관 만장일치로 박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이 내려지자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만장일치다!”

10일 오전 11시30분께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 작은 함성이 울려퍼졌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파면 선고가 내려지자, 회사·학교 등을 뒤로 하고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을 찾은 시민 10여명은 서로 얼싸안고 박수를 쳤다. 이들은 “박근혜 없는 봄이다”를 외치며 서로 축하의 악수를 건넸다.

회사를 조퇴하고 청와대 앞을 찾았다는 최명석(45)씨는 “탄핵이 인용될 거라는 생각은 했는데 만장일치일 줄은 몰랐다”며 “그동안 내 자식이 살아갈 나라를 조금이라도 좋게 바꿔보겠다며 매주 광장에 나왔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학교 후배와 청와대 앞을 찾은 시민 조천용(56)씨는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쳤다. 조씨는 “탄핵 심판 당일까지 청와대에 시민들의 의지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여기까지 왔다”며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지도자를 국민의 힘으로 끌어냈다는 생각에 가슴이 울컥했다”고 말했다.

반면 태극기를 든 시민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 태극기를 들고 1인시위를 벌이던 한 중년 남성은 “사법부 판단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법부가 썩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결과다. 승복할 이유가 없다. 태극기 시민들의 천심에 따라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태극기를 들고 온 시민 10여명은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앞 길바닥에 누워 오열했다. 태극기를 두른 한 중년 여성은 “대통령님 이제 어디로 가셔야 하냐”며 통곡하기도 했다.

탄핵 심판 이후 청와대 앞은 다시 고요함이 감돌고 있다. 경찰은 이전보다 경비 태세를 더 강화했다. 청운동 주민센터에서 청와대로 가는 골목 앞에 이동식 차벽을 세워놓고 청와대로 향하는 시민들의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광화문광장 앞 시위대가 청와대로 진출하는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오후12시께 청와대 영빈관 앞에는 헌법재판소, 광화문광장 등에서 들려오는 시위·집회 구호 소리만 들려오고 있다. 취재진 20여명은 청와대 영빈관과 춘추관 앞에서 청와대 반응을 살피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로 돌아갈 경우를 대비해 삼성동으로 떠나는 박 대통령을 촬영하기 위한 방송사 카메라 10여대도 설치됐다.

탄핵 심판을 지켜봤던 시민들은 청운동 주민센터로 모여들고 있다. 1인시위를 하기 위해 청운동 주민센터를 찾은 단원고 이창현군의 어머니 최순화(53)씨는 “청운동 주민센터로 오는 길에 핸드폰 생중계로 탄핵 인용 소식을 들었다. 순간 창현이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이 인용될거라 백프로 확신했다. 우리가 싸움을 시작한 게 우리 아이들 죽음 때문이다. 그동안 너무 많은 사회 부조리·병폐를 알게 됐고 지금까지 싸워왔다. 오늘은 그 싸움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수단체 월드피스자유연합은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 인용은 누가 봐도 불공평하고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국가 반역죄이자 국기문란 행위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목숨을 담보하는 전면 불복종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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