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를 확신한다”며 태극기를 흔들던 탄핵반대 집회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소식이 전해지자 이내 침통해졌다. 많은 참가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일부는 과격해져 취재진을 폭행하기도 했다.
헌재의 박 대통령 파면 결정 직전인 10일 오전 11시21분께 정미홍 전 <한국방송>(KBS) 아나운서가 “4개 중 3개가 무죄랍니다!”라고 외치며 ‘승리’를 예감했다. 그러나 이내 파면 결정이 났고 스마트폰 등으로 소식을 접한 참가자들은 주저앉거나 울기도 했다. 촬영하는 취재진을 향해 욕설하고 발길질을 하기도 했다.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난 뒤 정광용 대변인이 처음 한 말은 “결국 고영태가 이겼다”며 “재판관 8명은 정의와 진실을 외면하고 불의와 거짓의 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 역시 할복이나 분신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싸우기 위해선 살아있어야 한다”며 극단적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집회 참가자들은 흥분해 “계엄령을 선포하라”고 외치거나 무대에 난입하려고 하기도 했다. ‘질서’라고 외치는 무대를 향해 “질서는 무슨 질서야”라며 한숨을 내뱉기도 했다. 잠실에서 매일 집회에 나왔다는 이미화(72)씨는 눈물을 보이며 “12월이면 갈 사람한테 이렇게까지 해야 했느냐”며 “각하나 기각이 될 줄 알았는데 헌재가 국민의 마음을 저버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