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결정한 가운데, 안창호 헌법재판관은 장문의 ‘보충의견’을 통해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해 파면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10일 헌재가 공개한 안 재판관의 보충의견을 보면, 탄핵심판이 “미래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헌법적 가치와 질서의 규범적 표준을 설정하는 것”이라며 “파면결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기반으로 한 헌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며 우리와 자손이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에서 정의를 바로 세우고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직 공법을 물같이, 정의를 하수같이 흘릴지로다(아모스 5장 24절)”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불법과 불의를 버리고 바르고 정의로운 것을 실천하라는 말씀”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안 재판관은 “제왕적 대통령제로 비판받는 우리 헌법의 권력구조가 이러한(박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반행위를 가능하게 한 필요조건이었다”며 “이번 탄핵심판의 헌법적 의미를 밝히는 것이 헌법 개정의 방향을 모색하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보충의견 작성의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 개인에 대한 탄핵심판을 넘어 비선조직의 국정개입·대통령의 권한남용·재벌기업과의 정경유착과 같은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고 이를 조장한 권력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며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나타난 시대정신은 통치보단 협치, 집권보다는 분권, 투명하고 공정한 권력행사로 나아갈 것을 명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재판관은 “정경유착 등 정치적 폐습과 이전투구의 소모적 정쟁을 조장해 온 제왕적 대통령제는 협치와 투명하고 공정한 권력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권력공유형 분권제로 전환하는 권력구조의 개혁이 필요하다”며 “이원집정부제·의원내각제 또는 책임총리제의 실질화 등이 국민의 선택에 따라 현행 헌법의 대통령제에 대한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비례대표제의 확대와 국민소환제·국민발안제·국민투표제 등 직접민주제적 요소 강화 필요성도 언급하면서 국가정보원장·검찰총장·경찰총장·국세청장 등의 임명에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안, 청와대의 참모조직을 축소하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안 재판관은 2014년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결정 때도 보충의견을 내어 “(통진당의 행위는) 소위 대역(大逆) 행위로서 이에 대해서는 불사(不赦)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남겼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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