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관 8:0 결정, 국론분열 막기 위한 것
‘탄핵의결 뒤 대통령 언행도 파면사유’ 지적 중요”
‘탄핵의결 뒤 대통령 언행도 파면사유’ 지적 중요”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결정한 데 대해 헌법학자들은 “역사적 결정”이라며 입을 모았다. 학자들은 8:0이라는 결정의 배경엔 향후 ‘이론’의 여지를 없애고 국론분열을 막겠다는 재판관들의 의지가 담겨있다고 분석했다. 또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보였던 행위가 주요한 탄핵의 사유가 됐다는 점에 대해도 학자들은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10일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재판관들이 전원일치로 잘 판단한 것 같다”며 “국정농단 부분 등 워낙 중대한 위반 사항이라 다른 의견을 제기해 탄핵을 기각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실 판단이나 법리적용에 이견이 있어도 (전원일치 결정이) 결정의 권위나 결정 이후 헌정유지에 끼치는 영향에 바람직하다고 재판관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헌법의 기능은 국민을 통합하는 기능이 있는 만큼, 헌법재판의 기능역시 갈라진 국론을 통합시키는 것”이라며 “소수의견이 나왔을 때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쪽에서 이를 근거로 헌재 결정을 승복하지 못하고 시빗거리를 삼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문화체관광부 인사관련 권한 남용과 세계일보 언론 자유 침해, 세월호 참사 당시 생명권 침해 여부에 관해 “탄핵 사유가 안된다”고 판단한 것도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을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헌법·법률 위배라고) 강하게 (결정문을) 썼다면 8대0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8명이 마음속에 갖고 있는 생각이 다 다른데 세월호 관련 의견을 가진분이 (다수의견에서) 양보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탄핵 사유로 인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박 대통령의 ‘혐의없음’이 인정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임지봉 교수는 “현 상황에서 혐의 입증이 덜 됐다는 것이니 법적 책임을 물릴 수 없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탄핵 결정으로 박 대통령이 수사를 받게 되면 진실이 밝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회의 탄핵 소추안 의결 이후 박 대통령이 보여준 언행이 오히려 헌재가 파면을 결정을 하는 데 주요한 근거가 됐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지봉 교수는 “탄핵소추 의결 이후 대통령의 거짓말과 말바꾸기·사실은폐를 탄핵 인용 근거로 삼았으며 이를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헌재가 ‘파면할 만한 사유’ 가운데 하나로 언급했던 ‘국민 신임을 배신한 경우’를 그대로 인용했다”며 “이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헌재연구관 출신의 노희범 변호사도 “반성하거나 진상규명에 협조한다면서 부인하고 오히려 방해한 것을 헌법 수호의 의지가 없다고 보고, 대통령의 행위를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쪽 대리인이었던 이용구 변호사도 “재판과정에서 ‘대통령의 태도가 헌법수호의지 확인할 수 없었다’는 부분은 변론과정에서 강조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재판관들이 확인해 줬다”고 말했다.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때 통진당 관련자들의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헌재의 해산결정이 나와 논란이 됐지만, 헌재는 이번 결정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뇌물 수수등 형사적 책임에 대해선 아예 판단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희범 변호사는 “헌법 수호 과정인 탄핵심판 과정에서 형사법 위반 혐의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 것 같다”며 “앞으로 형사재판이 탄핵심판에 구애받지 않고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헌재가 이상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서영지 현소은 김지훈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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