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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함께하니 이기네요…이 기억이 내가 살아갈 힘이 될 것”

등록 2017-03-10 17:44수정 2017-03-10 23:08

탄핵의 순간, 시민들 ‘내가 느낀 뭉클함’
30대 직장인 “이제야 상식이 인정받네요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착잡”
고등학생 “파면 소식에 옆사람 얼싸안아 역사의 순간 함께해 두근두근”
세월호가족협의회 유경근씨 “왜 세월호, 우리 애들만 안됩니까…”
방준호 기자
방준호 기자
“이겼다.”

2017년 3월10일 오전 11시20분께, 숨죽이며 지켜보다 마침내 터져나온 첫 함성이었다. 서울 종로구 율곡로에서 함께 헌재 선고 생중계를 지켜본 촛불시민 1만여명(주최 쪽 추산)이 각자의 목소리로 함성을 내질렀다. 몇몇은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낯선 이들과 손뼉을 맞추고, 서로 끌어안은 채 동동 발을 굴렀다. 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소중한 누군가와 영상통화를 하는 시민도 보였다. “나 지금 기분이 너무 좋아.” 그의 옆으로 또다른 시민은 춤을 추며 거리를 누볐다.

이날 ‘탄핵 선고 순간’ 떠오른 생각을 묻는 <한겨레>의 질문에 시민들은 “같이 해냈다”는 뿌듯함, “상식이 이겼다”는 기쁨을 말했다. 애써 침착하게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마음을 굳게 다잡는 목소리도 있었다. 집회 자리까지 나오지 못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파면 소식을 들은 시민들도 직장, 작은 방 안, 지켜오던 농성장에서 크고 작은 목소리로 ‘승리’를 자축했다.

젊은 시민들에게는 ‘역사적인 순간’에 서 있다는 감격이 커 보였다. 김태은(25)씨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선고되자마자 준비해 온 작은 고깔모자를 썼다. 그는 “살면서 한번도 시민이 승리한 경험을 해보지 못했는데, 시민들이 옳은 편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면 이길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됐다. 이 기억이 앞으로 내 삶 속에도 계속 힘이 될 것 같다”며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고등학생 김민우(18)씨도 “파면 소식을 듣고 주변 사람들과 얼싸안고 소리를 질렀다”며 “역사의 순간에 함께하고 있다는 두근거림을 느꼈다”고 말했다.

탄핵이 선고된 순간에조차 치유되지 못한 대한민국의 상처 ‘세월호’를 떠올린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직장인 정현민(35)씨는 “회한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대통령을 뽑지 않았다면 세월호 참사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마냥 기뻐하기엔 마음이 복잡하다”는 심경을 털어놨다. 박 대통령 탄핵 인용 사유에 세월호 참사 당일 직무유기는 포함되지 못했다. 선고 직후 무대에 오른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오열했다. “도대체 왜 세월호만 안 됩니까. 왜 우리 애들만 안 됩니까. 왜 죽였는지 그거 하나만 알려달라는데. 그거 하나밖에 없는데 왜 우리 애들만 안 됩니까. 제발 알려주세요.” 시민들은 숙연하게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쳤다.

이날 헌재 앞을 찾지 못했지만 그동안 촛불을 응원해온 시민들은 직장, 집, 농성장 등 각자의 자리에서 지인·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직장인 김부용(30)씨는 “다들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다가 텔레비전 틀라는 상사 이야기에 신이 나서 동료들과 함께 선고를 봤다”며 “파면이 선고되던 순간에는 ‘이제야 이렇게 상식이 인정을 받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기뻤지만, 한편으론 착잡하고 복잡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 곁을 지키느라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선고를 지켜봤다는 한 대학생 소녀상 지킴이는 “시민 모두가 힘을 합쳐 함께 해냈다는 사실이 뿌듯했지만 한-일 위안부 합의를 비롯해 여러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것은 이제부터”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자취방에서 공부를 하다가 텔레비전으로 탄핵 순간을 지켜본 대학원생 오성제(36)씨도 “이제 한 능선 넘었다는 기분이지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어떤 권력이라도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이 확인되기 전까지 마음을 놓을 순 없다”고 말했다. 저녁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선 “박근혜는 물러나라”는 구호 대신 “촛불이 승리했다”는 외침이 가득했다.

방준호 박수진 김규남 고한솔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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