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문을 읽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3년의 시차를 두고 탄핵 심판대에 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헌법재판소는 둘 다 법을 어겼다고 판단했지만 결과는 판이했다. 한쪽은 대통령직 유지, 한쪽은 파면.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헌재는 10일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이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했다며 파면 결정을 내렸다. 반면 2004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헌재는 노 전 대통령이 헌법과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등을 위반했다고 밝혔지만 탄핵을 기각했다. 이런 차이는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반 행위가 대통령직을 파면해야 할 만큼 중대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달랐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법 위반 행위가 파면 결정을 통해 손상된 헌법질서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요청될 정도는 아니다.” 2004년 5월14일 윤영철 당시 헌재소장이 읽은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의 일부다. 헌재는 노 전 대통령이 국민투표로 본인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고 하거나, 총선을 앞두고 여당을 지지한 발언 등이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헌재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기각했다.
당시 헌재는 유례가 없던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중대한 법 위반’, 즉 중대성을 기각과 파면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대통령의 법 위반 행위가 분명하더라도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대통령을 파면하는 경우 초래되는 부정적 효과를 서로 따져 파면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헌재는 노 전 대통령이 현행 선거법을 ‘관권 선거 시대의 유물’로 폄하하고 선거에서 중립 의무를 위반하는 등 “법치국가의 정신과 헌법 수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지만, 이로 인한 국가적 피해가 대통령직을 파면하는 벌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반면, 이번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피청구인(박 대통령)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초래되는 부정적 효과보다 그를 파면함으로써 생기는 법질서 수호 등의 긍정적 효과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헌재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 중 ‘최순실의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 남용’ 부분과 관련해, 그가 공무상 비밀문건을 유출하고 최씨의 사익 추구를 돕는 등 현행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봤다. 헌재는 이에 그치지 않고, 박 전 대통령의 거짓말과 은폐 시도 등도 파면 결정의 중대한 이유로 들었다. 최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박 전 대통령이 이를 숨기거나 부인해 국회와 언론의 감시를 방해했고, 진상규명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는 등 헌법수호 의지를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박 전 대통령의 얕은 수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결국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가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해 파면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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