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탄핵 인용한 10일 오후 서울 삼성동 박 대통령 사저에 도착한 차량이 짐을 내리기 위해 현장 경호 인력과 상의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10일 파면이 선고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첫날을 관저에서 머물겠다고 밝힌 가운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 주변은 이날 오후부터 분주해졌다. 청와대 관계자가 차량에서 박스를 갖고 사저로 들어가거나 전기설비 기술자들이 케이블을 어깨에 메고 사저를 출입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박 전 대통령이 사저에 도착하기 전 짐을 미리 옮겨두고 사저 시설을 정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경비도 한층 강화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사저 주변에 5개 중대(약 350여명)를 배치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대통령경호실 경호팀과 비서실 총무비서관실 직원들은 오후 3시께 삼성동 사저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후 4시께 경찰 10여명은 사저 앞쪽의 통행을 통제했고 사저 앞 이면도로에도 경찰 경비병력이 늘어섰다.
사저 주변은 취재진 40여명과 주민 10여명으로 북적였다. 인근 주민 민병선(58)씨는 “어제부터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평소라면 사저 주변에 경찰 2~3명 정도 배치됐을 텐데 어제부터 경찰이 두 배 정도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씨는 “주민들이 박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 ‘좋은 기 건네 받겠다’며 사저 벽돌도 쓰다듬고 그랬는데 탄핵 심판이 가까워져 오면서 주민들 분위기도 냉랭해졌다”고 말했다. 삼성동에 30년 이상 거주했다는 60대 남성 김아무개씨도 “탄핵이 됐으면 청와대에서 빨리 나와야지,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통령에 파면 선고가 내려진 직후인 이날 오전 11시30분께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은 희비가 엇갈렸다. 경찰이 청와대로 향하는 시민들의 통행을 통제한 탓에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는 시민 10여명만 눈에 띄었다. 이들은 핸드폰 생중계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을 지켜보다 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의 입에서 “파면”이라는 두 글자가 나오자 서로 얼싸안고 박수를 쳤다. “박근혜 없는 봄이다” 외치며 눈물을 흘린 시민도 있었다. 학교 후배와 청와대 앞을 찾은 시민 조천용(56)씨는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지도자를 국민의 힘으로 끌어냈다는 생각에 가슴이 울컥했다”고 말했다. 반면 태극기를 들고 온 시민 10여명은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앞 길바닥에 누워 “대통령님은 이제 어디로 가셔야 하느냐”고 오열하기도 했다.
탄핵 심판 이후 청와대에는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경찰은 이전보다 경비 태세를 더 강화했다. 청운동 주민센터에서 청와대로 가는 골목 앞에 이동식 차벽을 세워놓고 청와대로 향하는 시민들의 통행을 통제했다. 헌법재판소·광화문광장 앞 시위대가 청와대로 진출하는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고한솔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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