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 17장 분량 보충의견 내며 박 전 대통령 불성실 태도 지적
“박 전 대통령 집무실 정상출근했다면 사고 미리 알았을 것”
“박 전 대통령 집무실 정상출근했다면 사고 미리 알았을 것”
헌법재판소 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이 에이포(A4) 17장 분량의 보충의견을 내고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불성실한 태도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세월호 사고 대응 미비가 박 전 대통령 탄핵 소추 사유로 인정되진 않았지만, 두 재판관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해도 무방하다는 인식을 남겨선 안 되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성실한 직무수행의무 위반을 지적한다”고 밝혔다.
먼저 두 재판관은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관저에 머무르며 ‘골든타임’을 놓친 사실을 꼬집었다. 박 전 대통령은 그간 2014년 4월16일 오전 10시에 사고 사실을 보고받고, 언론 오보 등으로 오후 3시가 돼서야 심각성을 깨달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가 최초 신고된 시각이 오전 8시52분이었던 만큼 정부가 빨리 심각성을 인지하고 구조지시를 내렸다면 더 많은 인명을 구조했을 가능성이 있다.
두 재판관의 보충의견서를 보면, 박 전 대통령이 집무실로 정상 출근했다면 사고를 미리 파악했을 ‘결정적 순간’들이 있었다. 두 재판관은 국가안보실이 9시24분 청와대 요직자들의 업무용 휴대전화로 ‘474명 탑승 여객선 침수 신고 접수’ 문자메시지를 보낸 만큼 정상 근무를 했다면 당연히 이 내용을 보고받았을 것이라는 점을 짚었다. 또 해양수산부가 오전 9시40분 대통령실 등과 사전 협의해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발령한 만큼 집무실에 있었다면 적어도 이 시간에는 사고를 알 수 있었다는 점도 꼬집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집무실로 정상 출근하지 않고, 불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해 구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초기에 30분 이상 발생 사실을 늦게 인식했다”고 밝혔다.
또 언론사의 오보 때문에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오보를 보고받았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당일 오후 1시 7분과 13분께 ‘190명이 추가 구조돼 총 370명이 구조되었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아 상황이 종료된 것으로 판단했다는 박 전 대통령 주장과 관련해 “이를 그대로 보고받았다고 하더라도 104명의 승객이 아직 구조되지 못한 상황인데 370명 구조로 상황이 종료됐다고 판단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위기대처 능력도 문제 삼았다. 두 재판관은 “박 전 대통령이 오전 10시에 상황을 인지했다면, 인지 시점엔 재난에 관한 국가의 모든 정보가 수집되고 주요 관계기관과 직통 연락망이 구축된 청와대 상황실로 가서 실시간으로 현황을 보고받고 지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논란이 됐던 박 전 대통령이 오전 10시30분 해경청장에게 전화해 ‘특공대를 투입해서라도 인원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국가안보실장 및 해경청장과 박 대통령이 실제 통화했다면 통화기록도 당연히 존재할 텐데 이를 제출하지 않았고, 통화기록이 있다는 주장도 하지 않아 실제 이런 통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성실한 직책수행의무와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이 사유만으로 국민이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박탈할 정도로 국민 신임을 상실했다고 보기 어려워 파면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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