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인용이 발표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에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던 시민들이 헌재로 가기 위해 경찰의 저지선을 뚫으려 시도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뒤 사흘째인 10일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탄핵반대 집회에서 숨진 참가자의 유족이 “박 전 대통령께서 위로와 통합의 한 말씀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일 서울 안국역 네거리에서 열린 탄핵반대 집회에 참여한 이아무개(73)씨는 이날 오후 안국역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1일 오전 끝내 숨을 거뒀다. 안국역 안에서 헌재로 이동하다 집회 참가자들에게 떠밀리는 과정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서울과학수사연구소에서 부검한 결과, “이씨에게 특별한 외상은 없었다”며 “심장 관상동맥이 최대 60∼70% 협착돼 만성 심장질환이 급사 원인이 될 수 있고, 여러 방향에서 외력이 작용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족도 이씨에 대해 “심장 수술로 스텐트 삽입술을 받은 적 있다”고 전했다.
이씨의 유족은 1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돌아가신 분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때문에 집회에 나오신 분들”이라며 “그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박 전 대통령께서 국민한테 위로와 통합의 한 말씀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에서 사저로 이동하실 때 한마디 하시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유족은 고인에 대해 “베트남전에 참전해 고엽제 때문에 고생하셨고, 그 경험으로 신념이 생기신 것”이라며 “(탄핵 찬성이든 반대든)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12일 현재 이씨를 포함한 탄핵반대 집회 참가자 3명이 사망했고, 1명은 위중한 상태에 놓여있다. 11일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열린 집회에서도 파출소를 향해 휘발유를 뿌리려다가 제지당한 4명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라도 박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침묵으로 일관해 사실상 ‘불복’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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