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가 서울 대한문 앞 광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무효 집회를 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선고를 내렸지만, 친박 단체는 ‘탄핵 무효’를 외치며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있다. ‘탄핵 각하’를 주장해온 김평우 변호사와 정광용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장 등이 ‘불복 선언’을 주도하고 있다.
11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는 ‘1차 국민저항운동 태극기 집회’를 열고 “국가반란적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 헌재 해산을 요구한다. 재판관을 새로 지명해 다시 심판하라”고 주장했다.
남대문로에서 서울시의회 건물까지 가득찼던 지난 3·1절, 탄핵 직전 주말 집회와 비교하면 확연히 인원이 줄었다. 그에 반해 집회 참가자들의 반발은 더욱 극렬해졌다. 집회 참가자 다수는 헌재 결정에 대해 ‘법치주의 사망 선고’라는 뜻으로 ‘근조’라고 적힌 검은 리본을 달고 “탄핵 무효”를 외쳤다. 국민저항본부는 집회 현장에서 ‘새누리당’ 입당원서를 받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달 새누리당 창당준비위를 결성하고 선관위에 신고도 마쳤다.
무대에서는 ‘좌파의 완벽한 집권’이라는 공포감을 퍼뜨렸다. 김평우 변호사는 이날 무대에 올라 “이번 탄핵 때 여론은 제가 보기에 5대5 였는데 헌법재판관들은 8대0 판결을 했다. 국민의 평균 인식 수준에도 못미친다”며 “차기 정부는 입법부, 사법부, 언론 모두를 장악한 역사상 처음 등장할 완벽한 좌파정부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물론 우리의 자녀들은 어떻게 되겠느냐”며 보수층의 공포심을 자극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서울 강남구에 사는 최아무개(68)씨도 “법치국가에서 이렇게 무대포일 수가 있느냐”며 “박 대통령 한 명 때문에 분한 게 아니라 나라가 뒤집어져 완전 공산화되는 건 아닌지 앞으로 우리나라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사모 인터넷 카페 등에서도 “대선을 위해 결집해야 할 때다”, “현실적으로 대선 58일 전”이라며 대선에 대비하자는 냉정론이 고개를 들어 언제까지 이들이 ‘탄핵 불복’에만 매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태평로파출소에 휘발유를 뿌리려 하고 경찰을 위협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박성현 자유통일유권자본부 집행위원장 등 보수단체 회원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전날 집회에서 경찰의 잘못으로 3명이 숨졌다. 경찰서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10일 집회 현장에서 쓰러져 사망한 참가자 3명에 대해 국민저항본부는 18일 ‘나라를 구한 열사’라는 취지에서 ‘구국장’을 치른다는 계획이다. 집회 당일 안국역에서 위중한 상태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11일 오전 숨을 거둔 이아무개(73)씨의 유족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돌아가신 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국민들한테 통합과 위로의 한 말씀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수지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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