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몸이 안 좋으신 것 같아요. 거실이 너무 추워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민간인 신분으로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첫 아침을 맞은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을 찾은 조원진 자유한국당 의원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지지자들은 “(기자들에게)말해주지 말라”며 소리치기를 멈추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칩거했고 지지자들은 잠들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 삼성동 자택 앞에서 밤을 지새운 박 전 대통령 지지자 10여명은 산발적으로 “억지탄핵 원천무효” 등을 외치며 전날 박 전 대통령이 전한 ‘불복 메시지’에 대신 힘을 실었다. 조원진 의원은 이날 오전 “위로차 왔다”며 박 전 대통령 자택을 찾은 뒤 “아직 준비가 덜 돼 거실이 춥다”며 동정여론에 불을 지폈다. “잠은 잘 주무신 것 같으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입을 굳게 닫았다. “대통령의 뜻이 불복이냐”는 질문을 듣고는 “어제(12일) 민경욱 의원이 발표한 것에 다 들었있다”고 답했다. 전날 민경욱 자유한국당의원은 “시간은 걸리겠지만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대통령의 말을 전했고 이는 헌법재판소 판결에 대한 불복의 의미로 해석돼왔다.
전날부터 이어진 지지자들의 자택 앞 시위는 이날도 언론을 향한 위협으로 번졌다. 태극기를 흔들고 목에 ‘억지탄핵 원천무효’ 팻말을 단 지지자들은 방송장비를 근처 건물로 올리려는 한 언론사 기자들을 막아섰다. 경찰이 저지하자 경찰을 향해 “인간 쓰레기들이다. 대한민국 망신인데 경찰이 왜 보호하냐?”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공영방송인 <한국방송>(KBS) 차량을 보면서도 “저 안에 간첩 몇명이 들어있느냐?”고 소리쳤다. 자택 사진과 영상을 찍는 기자들에게는 “김정은에게 보내려고 하느냐?”며 비난했다. 자택으로는 “예전부터 들어갔다”는 <한겨레>, <조선일보>, <동아일보>, <코리아헤럴드>, <한국경제>, <매일경제> 등 신문 6종이 배달됐다.
지지자들의 공격적인 태도에 박 전 대통령 자택과 붙어있는 삼릉초등학교 쪽은 “학생들을 (박 전 대통령 자택과 붙어있는) 후문이 아닌 정문으로 보내도록 해달라”며 경찰에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자택 주변에는 경찰 4개중대(320여명)가 배치됐다.
박 전 대통령이 머물 채비를 다 갖추지 못한 듯 이날도 자택으로는 정수기 물, 나무판넬 등이 들어갔다. 자택 안에서는 망치로 무언가를 고치는 듯 ‘땅땅땅’ 소리가 울렸다. 경호실 직원으로 보이는 검은 양복을 입은 이들은 서류가방을 들고 사저 안으로 들어갔다가 빈 손으로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은 1983년 지어진 단독주택으로, 박 전 대통령은 1990년 7월부터 이곳에 거주해왔다. 지난 5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순실씨의 어머니 임선이씨가 이 집 매매계약을 대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이 저택과 대지가 25억3000만원이라고 신고한 바 있다.
글·사진 김규남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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