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 메인 화면은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을 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하는 건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뿐이 아니다. 청와대 누리집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과 동시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이 즉시 효력을 발휘했지만, 파면 나흘째를 맞고 있는 13일 오전에도 청와대 누리집의 첫 화면은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담고 있다. ‘대통령’ 코너는 여전히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 박근혜입니다”라는 인사말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의 프로필, 인사말 등을 수정하지 않은 채 소개하고 있다. ‘청와대 뉴스’ 코너도 지난해 12월9일에 멈춰있다. ‘대통령,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탄핵 심판과 특검 수사 차분하고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라는 제목으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뉴스를 게시했지만 이후 상황은 업데이트 되지 않고 있다. 탄핵 인용이 결정된 지난 10일 ‘정책 뉴스’ 코너에 알뜰주유소 관련 새 뉴스가 등록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어록을 정리한 ‘정책을 만드는 대통령의 비유’ 중 한 부분.
‘정책’란에는 박 전 대통령의 어록을 담은 ‘정책을 만드는 대통령의 비유집’(
▶관련 기사) 또한 여전히 게시되어 있다. 좀처럼 뜻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어투와 엉뚱한 비유로 ‘근혜체’라는 조롱을 받았던 어록 모음집이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밝히며 썼던 비유 중 “어둠을 탓하기보다는 촛불을 켜라”는 어록도 포함돼 있다. ‘촛불 혁명’을 독려하는 듯한 이 말은 ‘박적박’(박근혜의 적은 박근혜)의 예로 거론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심지어 누리집 첫 화면 상단에는 지난해 11월 최순실씨 관련 의혹 보도를 적극적으로 반박하기 위해 만들어진 ‘오보 괴담 바로잡기! 이것이 팩트입니다. ’코너가 가장 크게 걸려 있다. 당시 해당 코너는 최씨와 박 전 대통령 의혹 보도에 대해 ‘사실은…’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올려 “청와대 홈페이지가 개인 홈페이지인가” “해명을 하고 싶으면 검찰에서 해라” 등 누리꾼들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박 전 대통령 공식 페이스북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안녕하세요? 박근혜 대통령 공식 페이스북입니다. 국민 여러분과 함께 국민 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소개가 담겨 있다. 이 페이지의 마지막 게시물은 지난해 9월 박 전 대통령의 추석 명절 인사 영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 누리집 자유게시판에는 시민들의 비판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홈피 안 바꾸나? 국민을 우롱하는 거냐?’ ‘홈페이지 개편하세요. 박근혜 탄핵 당한 지가 언제인데’ ‘이건 직무 유기입니다. 청와대 홈피 관리하세요!’ 등 누리집 관리를 비판하는 게시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반면, 청와대가 ‘최순실 국정개입 사태’ 와중에 개설했던 인스타그램 계정은 재빨리 자취를 감추었다. 13일 오전 청와대 공식 인스타그램에 접속하면 ‘죄송합니다. 페이지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 메시지가 뜨며 계정이 폐쇄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계정은 지난해 10월24일 “청스타그램. 시작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청와대 전경과 비 온 뒤 청와대 사진 등을 올렸다가 “국민 여론 무시하냐”는 누리꾼들의 비판 댓글 폭탄을 받고 한동안 개점휴업 상태였다. 분위기 파악 못 하고 해맑게 시작했던 ‘청스타그램’은 결국 단 3개의 게시물을 남기고 사라졌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