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헤대통령탄핵심판 선고가 이정미헌재소장 권한대행 주재로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전날인 9일 재판관 8명은 오후 8시50분이 넘어 퇴근했다. “탄핵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라는 보충의견을 낸 안창호 재판관은 10시가 넘어 가장 늦게 헌재를 떠났다. 보충의견을 헌법연구관 도움 없이 직접 집필한 안 재판관은 늦은 시간까지 보충의견을 다듬었다고 알려졌다.
재판관들은 퇴근했지만 헌법연구관들은 새벽 3시까지 남아 선고 요지를 다듬고, 낭독에 걸리는 시간도 확인했다. 재판관들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때와 비슷하게 20~30분간 선고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정미 전 재판관은 선고 당일 세 차례 시계를 쳐다봤는데, 결정문에 시간을 적어야 할 뿐 아니라 사전에 논의된 선고 시간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선고 요지 및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주문을 가장 마지막에 넣은 ‘미괄식’ 선고 방식은 당시 헌재소장 권한대행인 이정미 재판관과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이 주로 논의했다고 전해졌다. 공식 결정문에는 주문이 먼저 나오지만, 결론을 먼저 말하면 선고에 대한 집중이 떨어지고 이후 선고 진행을 막을 수 있어 가장 마지막에 밝힌 것으로 보인다.
선고일인 10일 오전 8시, 평소보다 빠르게 출근한 재판관 8명은 구내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선고일은 경찰의 가장 높은 비상령인 ‘갑호 비상’이 발령돼 재판관들은 두 대의 경찰차를 앞세우고 3대의 경호·경찰 인력 차가 뒤따르는 경호를 받고 출근했다. 아침 식사에서는 이 전 재판관이 이날 아침 깜빡 잊고 머리에 꽂은 채 출근한 분홍색 헤어롤 2개가 화제가 됐다. 이날 오전 7시50분께 헌재에 도착한 이 전 재판관은 엘리베이터에 올라서야 헤어롤의 존재를 깨달았다고 전해졌다. 헌재 공보관에게 보도 자제를 요청했지만, 이미 사진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상태였다.
식사를 마친 재판관 8명은 이날 오전 9시30분께 탄핵심판의 최종 결정을 돌아가면서 밝히는 ‘평결’을 시작했다. 재판관들은 평결과 함께 결정문 최종 문구를 다듬었고 이날 11시 대심판정에 모습을 나타냈다. 탄핵심판 주문은 선고가 시작된 지 21분 만에 낭독됐고, 재판관들은 선고 뒤 탄핵심판 선고의 효력이 발생하는 ‘2017.3.10. 11:21’이라는 결정문의 선고일시를 확인한 뒤에야 전자 결재로 결정문에 서명했다. 보안 등의 문제로 결정문은 사전에 등록되지 않았다.
92일 동안 진행된 탄핵심판 동안 재판관들은 여러 고비를 넘어야 했다. 재판관들은 박 전 대리인들의 ‘중대한 결심’ 등을 막으려 뒷목을 잡아가면서 대리인들의 막장 변론을 감내했다. 재판관들은 탄핵심판 청구를 대비해 사전에 심리 진행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고, 박 대통령 하야, 대리인 총사퇴, 주심 재판관 기피 신청 등 박 대통령 쪽의 돌발 변수를 예상하고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기도 했다.박 전 대통령의 대리인인 김평우 변호사가 강일원 재판관에게 “법관이 아닌 국회의 수석대리인” 등의 막말을 퍼부은 2월22일 16차 변론이 끝나고 일부 재판관과 헌법연구관들은 답답함에 술자리를 갖기도 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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