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뇌물·재단강제모금·블랙리스트·공문서 유출
박근혜, 범죄사실 전면 부인할 것으로 예상
안종범 수첩, 정호성 휴대전화 등 증거·진술 등 활용
박근혜, 범죄사실 전면 부인할 것으로 예상
안종범 수첩, 정호성 휴대전화 등 증거·진술 등 활용
박근혜 전 대통령이 15일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21일 소환’ 요구에 응하겠다고 밝히면서 박 전 대통령 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정농단 수사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려는 검찰과 범죄 사실을 부인하는 박 전 대통령 쪽의 치열한 수싸움이 예상된다.
검찰과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말부터 각각 25일, 70일씩 수사해,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과 공모해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등 총 13개 혐의에 관여돼 있음을 밝혀냈다. 이 가운데 삼성으로부터 받은 433억원대 뇌물수수 의혹과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을 통한 강제 모금,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청와대 문서 유출 등 4가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질의 내용을 전면 부인할 것에 대비해 그동안 확보한 증거 자료와 관계자 진술 등을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다. 박 전 대통령의 핵심 심부름꾼이었던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과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 각 기업과 정부 부처 조사를 통해 확보한 진술 등이다. 최씨와 안 전 수석,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핵심 공모자들과 대질 조사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검찰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조사 때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대질 조사를 시도했으나 노 전 대통령 쪽 변호인인 문재인 변호사 등이 대질을 반대했고, 박 회장도 반대해 무산됐다. 검찰 특수본 관계자는 이날 대질 조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조사 방법에 대해 아직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의 433억원대 뇌물 의혹은 혐의가 인정됐을 때 최소 10년형에 이를 정도로 형벌이 무거워, 박 전 대통령 쪽이 가장 반발하는 대목이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3차례 독대하는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두 재단과 최씨 등에 433억원을 지원하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쪽은 지난 6일 특검의 수사결과 발표 직후 “독대 과정에서 (최씨 딸) 정유라씨를 언급한 사실이 없고,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지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특검이 적용한 최씨와의 ‘경제공동체’ 주장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재산상 이해관계를 같이 하지 않고 완전히 분리된 경제 주체”라고 반박했다.
국정농단 사건의 시발점이 된 재단 강제모금과 관련해서도 검찰과 박 전 대통령은 정반대 주장을 내놓고 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사익을 챙기기 위해 두 재단을 세우고 기업들로부터 774억원의 돈을 뜯어냈다고 봤다. 재단의 핵심인 이사진이 최씨의 지인들로 채워졌고 정작 돈을 낸 기업들은 배제된 사실 등이 근거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쪽은 “문화·체육 진흥을 목적으로 재단을 세웠고 기업들에 돈을 내도록 강요하지 않았으며, 최씨가 관여된 사실도 몰랐다”고 주장한다. 신세계 등 일부 기업이 출연을 거부하는 등 강요가 아니었고, 공익법인 자체가 공적 자산이라는 점에서 사익 추구 의도도 없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쪽은 특검 수사로 구체적인 진상이 드러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지시 의혹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한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김기춘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 전반을 주도한 것으로 조사했지만, 박 전 대통령 쪽은 “청와대 비서실과 문체부 등에 작성 지시를 내린 적도 없고, 어떤 보고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통해 최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의혹에 대해서는 일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핵심 내용은 부인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2013년 1월 정부 출범 직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정부 인사안, 대통령 말씀자료 등 총 180건의 문건을 전자우편을 통해 유출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쪽은 “연설문 작성 등에 국민 눈높이에 맞도록 최씨의 도움을 받았을 뿐”이며 “다른 문건들은 유출 지시도 하지 않았고 유출 경로도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범죄 사실에 포함되지 않은 연설문 유출만 인정하고 정부 인사안 등 비밀 문건은 관련 없다는 주장이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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