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도심서 집회…“482만명 모여” 주장
조원진 “경찰 과잉진압 때문에 시위자 3명 사망”
“시위서 시민 즉사, 이한열 열사 이후 처음” 발언도
18일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가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지난 10일 헌법재판소 인근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했다 사망한 3명에 대한 영결식을 열고 있다.
촛불집회가 지난 주말에 열린 20차 집회로 매주 토요일에 여는 집회를 일단락 지은 가운데 18일 서울 도심에서는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집회만 열렸다.
박사모 등 친박단체들이 모인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는 이날 오후 4시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탄핵무효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김진태·조원진·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과 서석구 변호사,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 등이 참석했다. 사회자 손상대씨는 이날 무대에서 “오늘 482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탄핵무효” 구호를 외쳤고, ‘빨갱이는 죽여도 돼’ ‘종북좌파 북한가라’ ‘어르신들이 지킨 대한민국 이제 우리가 지킨다’ ‘언론 역적’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군복을 입은 한 행사진행 요원은 취재중인 기자에게 어느 언론사인지를 물었고, <한겨레>라고 답하자 적대감을 보이며 “꺼져라. 너희가 뭘 취재하려 여기에 왔느냐. 촛불로 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박근혜 전 대통령 대리단 중 한 명이었던 김평우 변호사는 이 집회에 영상메시지를 보냈다. 김 변호사는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헌재의 8대0 탄핵 인용결정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마치 악몽을 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이 ‘헌재 재판에 승복하냐’고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는데 이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강요죄에 해당하는 범죄”라며 “엉터리 쓰레기 언론을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지난 14일 박 전 대통령을 자택에서 만난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지켜드리지 못한 저의 불찰을 사죄드리러 갔는데 뜻밖에도 환하게 웃으며 밝은 표정으로 저보고 실망하지 말라고 하시더라. 그 순간 눈물이 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자택에 돌아와 오히려 편안하다고 말씀하시는 인격에 감동했다. 조금도 분노나 미움의 감정이 얼굴에 없었다. 모두를 다 용서하고 포용하려는 바다 같은 넓은 마음을 느꼈다. 한없는 존경과 애정을 같은 인간으로서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18일 탄핵 무효 집회에 참여한 김진태·조원진, 정광용 국민저항본부 대변인 등이 무대 위에서 손을 잡고 있다.
국민저항본부는 정당을 창당해 ‘정당 집회’ 형식으로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집회를 계속 열겠다고 밝혔다. 실제 이들은 이날 오전부터 지하철 2호선 시청역과 시청광장 주변에서 ‘새누리당’ 입당원서를 받았다. 정광용 국민저항본부 대변인은 “4월17일 이후엔 선거법에 의해 우리 집회를 열 수 없다. 정당을 창당하면 전국에 지역구가 253개니까 지역구 창당 대회를 여기서 253번은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불법탄핵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고영태) 녹음파일 2000개를 다 들어보겠다 저들이 안 하면 우리가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이크를 잡은 조원진 의원은 “박 (전) 대통령 웃음 속에 피눈물이 있다. 여기 500만 애국 국민이 그 피눈물을 닦아드려야 한다. 자택에서 찾아 뵙고 80분간 만났다. 오로지 대한민국 걱정뿐이셨다. 어떻게 이렇게 마녀사냥을 할 수 있나. 이제 시작이다. 진실은 거짓을 반드시 이긴다.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이어 “세 분의 태극 열사는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해 죽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경찰청장과 서울청장을 당장 파면하라”고 주장했다.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진태 의원은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다. 여러분이 대한민국을 끝까지 지켜달라. 저는 꼭 살아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본집회에 앞서 지난 10일 헌재의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직후 헌재 인근 시위에 참가했다 사망한 김아무개(72)씨와 또 다른 김아무개(67)씨, 이아무개(74)씨 등 3명에 대한 영결식을 열고 안국역 방면으로 애국가를 크게 틀고 운구차를 앞세운 채 행진했다. ‘3·10 항쟁 애국열사 순국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기수 변호사는 “세 명이 시위 현장에서 사망한 것은 5·18 이후 처음이고, 시위 현장에서 시민이 즉사한 것은 6·10 항쟁 이한열 열사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정광택 국민저항본부 공동대표는 “열사님 세 분께서는 헌법 유린인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막아야 한다며 온몸으로 맞서 싸웠다. 살아남아 죄인이 된 우리는 진실이 밝혀지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영결식에는 자유한국당 조원진·박대출 의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서석구 변호사 등도 참석했다. 이들은 본집회를 열기 위해 대한문 앞으로 돌아오는 길에 ‘근조. 헌재의 헌법 파괴를 규탄한다’라고 적힌 검정색 펼침막을 들고 행진했다. 앞서 경찰은 김아무개(72)씨는 헌재 인근 안국역 사거리에서 다른 집회 참가자의 불법행위로 떨어진 스피커에 머리를 맞아 과다출혈로 숨졌고, 다른 2명은 심장 이상이 사인이라고 밝혔다.
서울광장 바로 앞에 위치한 서울도서관은 이날 지난주 토요일에 이어 2주째 임시휴관했다. 서울도서관은 탄핵반대 집회참가자들이 도서관 안에서 술을 마시고 고성을 지르는 등 운영에 어려움을 주자 하루 앞선 지난 17일 임시휴관을 공지했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 137개 중대(1만1000여명)를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글·사진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