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km를 걸으며 재난구호기금을 모금하는 프로젝트 ‘옥스팜 트레일워커’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5월20~21일 열린다. 옥스팜코리아 제공
“그러다 너 무릎 다 나간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지금이라도 관둬”
지난달 30대 직장인 여성 박아무개씨는 한국에서는 처음 열리는 자선 행사인 ‘옥스팜 트레일워커’에 참여하기로 했다. ‘옥스팜 트레일워커’는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이 주최하는 유명 기부 프로젝트다. 4명이 한 팀을 이뤄 100km 코스 완주를 목표로 주변 사람들에게 자발적인 후원금을 모아 기부하는 방식이다. 박씨의 지인들은 이틀 동안 새벽 5시부터 다음날 저녁 7시까지 38시간 이내에 100km를 걸어야 하는 ‘도전형 기부 프로젝트’ 내용을 듣고 혀를 내두르면서, 완주를 응원하며 십시일반 후원금을 보탰다.
‘옥스팜 트레일워커’가 올해 5월 한국에서 처음 열린다. 1981년 홍콩에서 처음 시작돼 11개국 17개 도시(영국·독일·호주·뉴질랜드·홍콩 등)에서 20만명 이상이 도전해 2억달러(약 2300억원) 이상의 후원금을 모았다. 5월20일~21일 구례군과 지리산 일대에서 열리면 한국은 12번째 개최국, 구례군은 18번째 개최도시가 된다. 구례군 자연 드림파크에서 출발해 노고단과 피아골·운조루·사성암 등 지리산 둘레길과 구례군 등을 경유하는 100km 코스와 남녀노소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10km 가족 코스 두 가지로 진행된다.
20일 현재 ‘옥스팜 트레일워커’ 참여 의사를 밝힌 참가자는 65개 팀, 260명이다. 지역 산악회부터 대학 동기, 가족, 주한 대사관 직원들 등 다양하다. 후원금 160만원을 모아 현재 모금 1위를 하고 있는 팀 ‘비디 워커스(BD WALKERS)’는 지난해 11월 참가 신청을 한 뒤 매주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팀 리더인 이건동(34)씨는 “100km를 걷는다고 하면 주변에서 모두 놀란다. 어떻게 그 시간 안에 다 걷느냐, 잠은 자는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4인 1조로 참여한다고 했더니 나눠서 걷는 것으로 잘못 알아들으시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팀원을 모집했다. 40대 기혼자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였다. 그는 기부펀딩 1등 비결에 대해 “팀원들 개인 SNS와 지인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홍보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팀 SNS 계정을 따로 만들어 훈련 내용을 올리고 있다. 또, 훈련 때 지인들도 같이 참여하도록 해서 자연스럽게 기부까지 이어지도록 했다.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팀 멤버는 직접 그린 카드에 손편지를 써서 모금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옥스팜 트레일워커’에 참가한 팀 비디 워커스. 비디워커스 인스타그램
후천성 1급 시각장애인과 배우자가 함께 참여한 팀도 있다. 팀 ‘멈추지 않는 도전’은 시각장애인 김미순씨와 배우자 김효근씨 그리고 두 명의 친구가 100km 코스에 도전한다. 이들은 누리집 참가 사연을 통해 “삶의 상실감을 이겨내고자 함께 의지했던 동갑 친구들의 모임”이라고 팀을 소개하며 “이번 기회를 통해 삶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을 재능 삼아 다른 이들에게 삶의 용기와 희망을 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기부 펀딩을 통해 마련된 후원금은 옥스팜을 통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국가에 긴급구호, 식수·위생, 교육 지원 프로그램에 전액 기부된다. 참가 신청은 4월30일까지다. 옥스팜 홍보대사인 배우 이제훈·이하늬·권율도 ‘후늬율이’라는 팀을 꾸려 참가할 예정이며, 세계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관심과 후원을 독려하는 ‘셰프 샘킴의 푸드트럭’ 행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http://www.oxfamtrailwalker.or.kr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100km를 걸으며 재난구호기금을 모금하는 프로젝트 ‘옥스팜 트레일워커’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5월20~21일 열린다. 호주에서 열린 트레일워커 행사 모습. 옥스팜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