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박근혜 저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떠나기 직전 지지자들이 “박근혜 대통령님 힘내세요”라고 연호하고 있다. 김규남 기자
“아이고, 많이들 오셨네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택으로 돌아온 지 9일 만에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집을 나와 처음으로 입을 떼며 한 말이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촬영된 영상의 입 모양으로 확인된다.
21일 오전 9시15분 남색 코트와 정장 바지 차림의 박 전 대통령은 검찰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나왔다. 그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며 이렇게 말하고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에 탑승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 승용차는 청와대 경호실의 근접경호를 받으며 자택 앞 골목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 지지자들은 손에 든 태극기를 흔들며 “박근혜, 대통령”을 연호했고, “대통령님 힘내세요”라며 울부짖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차 안에서 이들을 향해 손인사를 했다. 이날 새벽부터 자택 앞을 지키던 지지자들은 이 시각 200여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관계자가 “박 (전) 대통령 나갈 때 ‘힘내세요, 사랑합니다’라고 하세요”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지시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로 떠나자 자택 앞의 지지자들은 격앙되기도 하고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자택 앞에서 태극기를 두 손에 꼭 쥔 한 70대 여성 지지자는 “검찰은 왜 고영태는 수사도 안 하고 대통령이 뭘 먹었다고 수사하나. 언론은 또 그런 진실을 밝히지 않고 뭘 취재하겠다고 여기 왔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한 50대 여성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고영태를 잡아들여라, 우리는 애국지사 3명을 보낸 사람들이다”라고 잇따라 고성을 질렀다. 선글라스를 끼고 태극기를 든 60대 여성은 “차도라서 위험하니 인도로 들어가라”는 경찰의 말에 “너희들은 사람을 세 명이나 죽여놓고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냐. 제발 우릴 가만히 좀 놔두라”며 울먹였다. 태극기를 어깨에 걸친 50대 남성 지지자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자택 담벼락에 붙어 있는 지지자들의 응원 메시지와 박 전 대통령의 사진 등을 찍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장면이 방송사 카메라에 잡혔다. YTN 화면 갈무리
전날 밤 의정부에서 출발해 밤새 박 대통령 자택 앞을 지켰다는 군복 차림의 50대 여성은 “(박 전 대통령) 얼마나 억울해요. 세월호 사건을 (박 전 대통령한테) 뒤집어씌워 놓고, 최순실은 가둬놓으니. 언론이 썩었다. 다 언론 농간이고 우리 대통령 진짜 깨끗하다”고 말했다. 한 40대 여성은 “내가 어렸을 때, 전기 없고 밥도 못 먹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전기를 놔주고, 도로도 깔아주고 밥 먹여줬다. 우리 대통령이 그런 분 딸이다. 고영태는 왜 안 잡아가고, 애먼 사람을 잡아가느냐. 이 나쁜 놈들아”라고 외쳤다. 22년 동안 삼성동에서 살았다는 김아무개(61)씨는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전직 대통령이 또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제 좀 반성하고 헌재 판결도 인정해야 한다. 오늘 검찰 조사에서도 잘못한 부분들을 인정하는 게 자신을 뽑아준 국민을 향한 도리”라고 말했다.
이날도 박 전 대통령의 ‘올림머리‘ 전담 미용사인 정송주씨와 메이크업 담당 정매주씨 자매가 어김없이 자택을 찾았다. 8일째다. 정씨 자매는 평소보다 20분 정도 이른 오전 7시11분께 도착했고, 평소보다 한 시간여 늦은 9시34분에 자택을 나서 택시를 타고 떠났다.
박 전 대통령이 통과할 서울중앙지검 서쪽 출입문 인근에서는 퇴진행동과 친박단체가 각각 시위를 벌였다. 출입문 오른편에 선 퇴진행동은 “박근혜를 감옥으로”라고 외치며 “법 앞에 특권 없다 박근혜를 구속하라”는 손팻말을 들었다. 서쪽 출입문 왼편에는 탄핵반대를 주장하는 시민 10여명이 모여 구호를 외쳤다. 박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이 모습을 드러내자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탄핵무효”를 외쳤다. 한 중년 여성은 태극기 두 개를 양손에 들고 말없이 오열하기도 했다. 경찰은 현장 통제를 위해 삼성동에 12개 중대(960명),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24개 중대(1920명)의 경력을 투입했다.
김규남 박수진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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