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7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1회 공판이 열린 가운데 최서원(최순실)씨와 김종(왼쪽) 전 차관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최순실(61·구속기소)가 장악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에 삼성이 후원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56·구속)이 24일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삼성 관련 혐의를 부인하며 최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이날 열린 자신과 최씨, 장시호(38)씨에 대한 재판에서 증인석에 선 김 전 차관은 “최씨에게 ‘삼성이 영재센터에 후원할 거 같다’고 말한 적 없다. (최씨가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최씨가 삼성 후원 관한 진술을 거부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스스로 거짓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열린 재판에서 증인으로 선 최씨는 삼성에 대한 뇌물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삼성 관련 증언은 일절 거부한 바 있다. 김 전 차관은 이어 “최씨가 요구하는 것을 다 들어준 적 없다. 차관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거나 대통령 말씀이랑 일치될 경우에만 들어줬다. 최씨 요구를 다 안 들어줘서 최씨와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고도 했다. 김 전 차관은 또 최씨 지인을 통해 최씨에게 추천돼 문체부 2차관 후보군에 올랐지만, 이날 재판에선 “최씨가 추천한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의해 지난해 말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 후원금을 ‘뇌물’로 판단한 것을 활용해 자신의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해왔다. 삼성이 두 차례에 걸쳐 영재센터에 16여억원을 지급한 것은 자신이 강요했기 때문이 아니라, 삼성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도움을 기대하며 건넨 대가성 있는 뇌물이라는 논리다. 김 전 차관 쪽은 지난 1월 열린 첫 공판부터 “삼성 후원금은 청와대와 삼성 수뇌부가 소통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날 최순실씨는 직접 발언권을 얻고 “박 전 대통령에게 딸 정유라에 대해 부탁한 적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 전 차관이 “박 전 대통령이 ‘정유라처럼 재능 있는 선수들을 잘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하자 최씨는 “대통령은 몇십년 동안 본 분으로서 내 주변을 특정해서 봐주라고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이에 김 전 차관이 “박 전 대통령이 김종덕 문체부 장관과 나를 부른 자리에서 ‘정씨 같이 아시안게임 금메달 따는 유능한 친구들을 길러야 하는 것 아니냐. 왜 야당 안민석 같은 사람이 기를 죽이느냐’고 했다”고 설명했지만 최씨는 “직접 대통령이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냐. 믿어지지 않는다. 나도 직접 정유연에 대해 부탁한 적이 없다”며 맞섰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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