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 씨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는 선입견이 있는 특검에서 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조사의 진실성이 담보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저쪽에서는 다 자료를 확보하고 있지만 저는 변호사 접견할 시간도 없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2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 최순실(61)씨의 목소리가 까랑까랑하게 터져 나왔다. 연갈색 수의 아래 회색 내의를 입은 그는 5개월간 구치소 생활에 부쩍 수척해진 모습이었지만, 목소리엔 여전히 힘이 실렸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파면 소식을 접한 뒤 망연자실하던 모습과도 달랐다.
최씨는 이날 오전 자신의 형사재판이 끝난 뒤 점심시간이 돼서야 박 전 대통령의 영장 청구 소식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지난해 귀국 후 조사 당시 검사가 코어스포츠(최씨 소유의 독일 차명회사) 관련 내 설명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며 특검팀 파견검사에게 날을 세웠다. 그는 검사의 말을 끊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의 뇌물 혐의 재판 두 번째 준비절차에서 최씨 쪽은 특검팀 파견검사가 작성한 조서를 문제 삼았다. 최씨 변호인은 “(박영수 특검이 아닌) 파견검사가 작성한 조서는 검사 자격이 없는 자가 작성한 직권남용의 결과물”이라며 특검팀 파견검사가 작성한 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데 반대했다. 양재식 특검보는 “파견검사의 공소유지를 문제 삼으려다 보니 특검 수사과정까지 문제 삼는 것 같은데, 특검법에 따라서 적법하게 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최씨에게 ‘코어스포츠가 최씨 운영 업체가 맞는가’, ‘삼성이 구매비용을 지불한 말을 최씨 딸(정유라씨)이 이용한 것이 맞는가’에 대한 석명을 구했다. 최씨 쪽은 “코어스포츠 지분을 최씨가 소유한 것은 맞지만, 운영은 대표이사를 포함한 직원들이 했다”, “삼성이 구매비용을 지불한 말들을 최씨 딸이 이용한 것은 맞지만, 말들은 모두 삼성 소유이고 삼성이 우수선수 육성 차원에서 타도록 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는 대가로 독일 차명회사인 ‘코어스포츠’를 통해 말 구입 등 명목으로 213억원을 지급받기로 한 뒤 실제 78억원을 받은 혐의(뇌물) 등으로 추가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최씨에 대한 공소장 변경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삼성이 미르·케이스포츠재단 등에 220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로 지난해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지만,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출연금을 삼성이 경영권 승계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하고 건넨 ‘뇌물’로 보고 지난 2월 최씨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검찰이 같은 출연금을 두고 혐의를 어떻게 정리할지 관심이 모였다. 검찰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한 부분을 포함해 (혐의 정리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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