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서울 시내 곳곳의 카페와 서점 등을 돌며 약 26차례에 걸쳐 노트북, 휴대폰 등 26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상습절도)로 최아무개(39)씨를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최씨는 서대문·마포구 등 대학가와 강남 등지의 번화가에 자리한 카페에 들어가 휴지통에 버려진 일회용 컵을 꺼내 들고 다니며 손님인 척 하면서, 피해자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자리에 놓여있는 고가의 전자기기를 옷 안에 감추는 방식으로 물건을 훔쳤다. 최씨는 훔친 물건을 신림동에 있는 전당포 두 곳을 통해 현금화한 뒤 경마에 탕진했다. 경찰은 최씨로부터 물건을 받아 팔아넘긴 전당포업자 강아무개(37)씨, 심아무개(44)씨도 장물취득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최씨는 범행 뒤 지하철 개찰구를 무단으로 뛰어넘어 통과하곤 했다. 카페 내부 폐회로텔레비전(CCTV)으로 얼굴이 파악된다해도 동선 추적을 어렵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몇차례 교통카드를 사용했고, 경찰은 이 기록을 단서로 최씨가 지하철 4호선 경마공원역을 자주 이용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잠복 끝에 지난 24일 경마공원역 인근에서 최씨를 붙잡았다.
물건을 분실해도 카페 주인에게 책임을 묻긴 어렵다. 상법상 ‘공중접객업자’로, 고객의 물건을 맡아 보관하는 일이 카페의 주요 업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도담의 김남주 변호사는 “고객들이 물건을 카운터에 맡기지 않는 한, 소지품 분실시 카페 점주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대문경찰서의 김운기 경위는 “카페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고, 직원들도 있다보니 소지품을 제대로 챙기지 않고 방심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런 점을 노리는 범행이 늘고 있다”며 이용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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