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가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순실(61)씨가 삼성한테 재단 출연금 등으로 받은 220억원은 뇌물일까, 강요의 결과물일까?
검찰이 이에 대한 판단을 오는 19일 이전 예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 기소에 맞춰 밝히기로 했다. 검찰은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 기소 시점에 최씨의 공소장을 (좀더 분명하게) 정리하겠다”며 사실상 공소장 변경을 시사했다.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게 된 이유는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같은 돈을 두고 각각 다른 혐의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해 최씨를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이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하게 하는 등 총 220여억원을 건네도록 강요한 혐의(직권남용·강요)로 기소한 바 있다. 하지만 특검은 삼성이 이 돈을 경영권 승계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도움 등 대가를 기대하고 건넸다고 판단해 지난 2월 최씨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자신들의 기소 내용과 다른 특검의 결론에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집중됐지만, 검찰은 그동안 박 전 대통령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최씨의 공소장을 명확히 정리하겠다며 한 달 넘게 미뤄왔다. 그사이 최씨 변호인들은 “검찰과 특검이 동일한 사실에 대해 양립할 수 없는 죄를 적용해 이중으로 기소했다”며 공소 기각 사안이라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기본적으로 이중기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라고 반박했지만,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뇌물죄로 기소할 예정인 만큼, 최씨의 공소장을 변경하는 것도 불가피해 보인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7일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삼성의 재단 출연금 204억원을 직권남용·강요의 결과물이자 뇌물로 판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최씨에 대해서도 뇌물 혐의를 주된 범죄혐의인 ‘주위적’ 공소 사실로 밝히고, 뇌물 혐의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직권남용·강요 혐의를 ‘예비적’ 공소 사실로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또는 강요와 뇌물 혐의를 동시에 적용한 뒤, 형이 가장 무거운 죄로 처벌받게 할 수도 있다.
한편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최씨가 먼저 (국정) 자료를 달라고 요구한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정씨는 ‘국가 기밀이라서 안 된다고 거부한 적 있는가’라는 검찰 질문에 “기본적으로 국가 기밀사항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고, 안 된다고 얘기한 적도 없다”고 답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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