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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공동구매 ‘프랑스산 생리컵’ 500개 한국땅 못 밟고 반송된 까닭은…

등록 2017-04-06 16:18수정 2017-04-07 01:28

식약처 “안전성 검증 안됐다”
여성들 “선택권 인정해달라”
지난 2월 말, 교회 내 성차별 등을 연구하는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개발원)이 ‘생리컵’ 공동구매를 시작했다. 생리컵을 써본 뒤 ‘신세계’를 경험한 연구원 이은재(24)씨가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에 제안한 계획이었다. 100명 정도 참여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일주일 만에 500여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개발원은 입금을 완료한 413명의 생리컵 716개 중 500개를 프랑스의 한 업체에 선주문했고, 바다 건너 올 생리컵을 기다렸다.

그러나 지난달 13일 한국에 도착한 생리컵은 인천공항을 통과하지 못했다. 일정 금액 이상의 물품은 ‘일반수입신고’ 물품에 해당돼 수입신고를 대행해주는 관세사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씨가 찾아간 관세사 10명 모두 생리컵 수입신고 대행을 거절했다. “한국에서 생리컵은 판매가 불가능한 제품”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관세사는 “공동구매를 했더라도, 대량으로 들여오면 ‘판매’로 간주돼 법적 조처를 당할 수도 있다”고 했다. 결국 지난달 27일 생리컵은 인천공항에서 프랑스로 반송됐다. 이씨는 “여성들에게 생리대 외에 생리컵도 쓸 수 있는 선택권이 있어야 하지 않나. 국내에서 구하지 못해 해외 공동구매를 했는데, 이마저 막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생리컵은 인체에 삽입해 생리혈을 받아낼 수 있는 실리콘 재질의 여성용품이다. 지난해 생리대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을 속옷에 덧대 쓴다’는 저소득층 청소년의 사연이 논란이 되자 개당 2만~4만원대로 저렴하고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생리컵이 조명받기 시작했다. ‘생리통이 없다’, ‘위생적이다’라는 사용 후기가 확산하면서 관심이 더 높아졌다. 이미 미국·프랑스 등에선 대중화돼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생리컵 판매는 불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안전성 검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몸속에 삽입되는 제품이다 보니 제품의 안전성 등에 대해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한두개씩 해외 직구를 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지만, 무허가 제품을 대단위로 판매하는 업체들은 단속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생리컵 판매·제조를 위한 허가 신청서가 접수되면, 안전성·유효성을 검토해 판매·제조 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생리컵 제작업체가 생리컵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안전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식약처의 ‘의약외품 기준 및 시험방법 작성시 시험항목 설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에는 생리컵 제조 기준 및 시험 방법에 대한 내용이 없다. 식약처는 “어떤 제품이 많이 쓰여서 지식이 축적되면 허가에 필요한 기준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그러나 생리컵은 새로운 제품이다 보니 공유할 만한 기준이나 정보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설명회 등을 통해 회사들과 협력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답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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