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가 6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밤늦게까지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이르면 7일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검찰의 영장청구 방침에도 불구하고 검찰 안팎에선 그와 연루된 검찰 내부자들 보호를 위해 서둘러 조사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이날 오전 9시55분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우 전 수석의 태도는 지난해 11월 검찰 특별수사팀 소환 때와 사뭇 달랐다. 당시 꼿꼿한 태도로 검찰에 출석해 곤란한 질문을 하던 기자를 노려봤던 것과 달리 이날 출석 땐 표정이 상당히 누그러져 있었다. “국민에게 할 말 없느냐”는 질문엔 “대통령 관련해 참으로 가슴 아프고 참담한 심정이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현재 검찰 내부에서는 ‘우 전 수석 수사를 제대로 안 하면 조직 전체가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기류가 형성돼 있다. 이 때문에 특수본은 우 전 수석과 관련해 그동안 부른 참고인 숫자까지 ‘정확히’ 얘기하며 강도 높은 수사 사실을 강조했다. 검찰 특수본 관계자는 “특검에서 넘어온 뒤 46명 이상을 참고인 조사했다. 혐의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여러 혐의를 강도 높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넘겨받은 11개 범죄 사실 외에 ‘세월호 수사 방해 의혹’뿐 아니라 새로운 범죄 혐의를 포착했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우 전 수석 수사의 성패는 ‘얼마나 내부에 칼끝을 겨눴느냐’에 따라 판가름난다고 보고 있다. 우 전 수석은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지난해 7~10월 김수남 검찰총장과 총 12차례 통화한 사실이 특검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은 같은 시기 우 전 수석, 윤장석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1000여차례 통화했다. 인사 등 공식업무 때문에 민정수석과 통화할 순 있지만, 이미 각종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뒤에도 통화가 계속됐다는 부분은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도 태블릿피시 보도 다음날인 지난해 10월25일 우 전 수석과 통화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우 전 수석의 부적절 수사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하지 않았다.
특수본은 우 전 수석의 주요 범죄사실인 특별감찰관실 해체 의혹과 관련해 관여 의혹이 제기된 법무부 조사도 하지 않았다. 우 전 수석은 법무부 검찰국을 동원해 이석수 특별감찰관 사표 수리 나흘 뒤인 지난해 9월27일 특별감찰관 직원들을 자동퇴직시키고, 예산을 줄여 특별감찰관을 해체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예산권한을 가진 법무부는, 백방준 특별감찰관보 등 특별감찰관 직원들이 자동퇴직을 통보받은 뒤에도 계속 출근하자, 예산 집행을 크게 줄여 감찰기능을 사실상 무력화했다. 검찰 안팎에서 ‘조직 보호 차원에서 수사를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검찰 관계자는 “우 전 수석 영장 청구는 예정된 수순이어서, 영장 청구 자체로 수사에 대한 판단을 하면 안 된다. 우 전 수석 혐의 관련해 검찰 내부를 얼마나 수사했는지를 봐야 제대로 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특수본은 6일 오전 11시께부터 저녁 8시께까지 서울구치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두 번째로 방문조사했다. 지난 4일에 이어 이날도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검사가 피의자 신문에 나섰다. 박 전 대통령 쪽에서도 지난번처럼 유영하(55·24기) 변호사가 동석했으며, 뇌물수수 등 13가지 혐의를 전면 부인해온 입장에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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