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학생들이 캠퍼스에 설치한 ‘전공개방제’ 반대 현수막. 사진 중앙대 학생 제공
중앙대학교가 2018년부터 일부 정시 모집 인원을 단과대학 단위로 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교수와 학생들이 “학교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새 입시 제도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비인기학과의 소외로 이어져 결국 학문다양성의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탓이다.
중앙대는 지난 3일부터 이틀에 걸쳐 교수와 학생을 상대로 ‘전공 개방모집 제도 설명회'를 열었다. 2018년부터 시행되는 입시전형인 ‘전공개방제'는 2016년 입시에서 시행한 ‘광역모집제’를 일부 수정해 만들어졌다. 학교는 전공이 아닌 단과대학 단위로 정시 모집 신입생의 20%를 선발한다. 학생들은 2학년 때 성적순으로 전공을 배정받는다. 학교는 2018년 전공개방제를 경영경제대학과 창의ICT 공과대학 등 단과대 두 곳에서 실시한 후 2019년 확장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교수와 학생들은 ‘전공개방제 도입에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과정이 없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중앙대 사회과학대 학생들은 5일 입장문을 내 “제도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에 관해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의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8년 입시안은 4월10일까지 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해야 하지만, 대학본부는 이를 2주 앞둔 3월27일에서야 중앙운영위원회를 대상으로 처음 이 제도를 공개했다.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수렴 절차는 4일 설명회가 유일하다. 학교쪽에 학생들의 입장을 전달하기에 물리적인 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했다”는 이야기다.
중앙대 교수협의회도 6일 비상대의원회의를 열고 성명을 발표해 “대학본부가 추진하는 전공개방제는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고 구체적 계획도 미비해 수용할 수 없다”며 “내용의 중요성, 시행 후 파장을 고려할 때 학생, 교수, 본부 간 협의체인 대표자 회의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전공개방제’가 2016년 실시한 광역모집제와 같다”고 비판했다. 중앙대는 2016년 학과제를 폐지하고 모든 신입생을 광역 단위로 모집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교수와 학생들은 “광역모집제는 시장논리로 무장한 기업이 돈이 안 되는 인문사회과학과 기초학문·예술 분야를 자연 도태시키는 방법으로 고안해낸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에 학교 쪽은 정시로 입학한 일부 학생들에 한해 광역모집제를 실시했고, 2017년에는 공과대학과 창의ICT공학대학 두 곳을 제외하고 광역모집제를 철회한 바 있다.
학교 관계자는 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3월부터 교수·총학생회와 꾸준히 소통을 해왔다. 전공개방제는 학생들에게 전공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 학생들과 교수들이 ‘비인기학과는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닌가’ 우려해 전공개방제를 반대하는 것으로 안다. 비인기학과가 전공선택제로 인해 폐지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쪽은 7일 교무위원회를 열어 전공개방제 도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후 다가오는 10일 새로운 2018년 입시안을 대학교육협의회쪽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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