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1일 오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청구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1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나온 우병우(50) 전 민정수석은 초조해 보였다. 지난 2월 첫 영장심사 때 보여줬던 짜증 섞인 말투와 표정은 사라졌고, 표정엔 긴장감이 묻어났다. 차에서 내려 굳은 표정으로 바닥을 응시하며 걸어오던 우 전 수석은 기자들에게 “오늘은 심문받으러 들어가겠다”고 짧게 말했다. ‘최순실 비위 의혹을 보고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엔 “없다.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답했다. 검찰은 이날 영장심사에 이근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 부장검사를 투입했고, 우 전 수석 쪽은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인 위현석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지낸 여운국 변호사를 ‘방패’로 내세웠다.
검찰은 이날 심리에서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막지 못한 우 전 수석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사정업무를 총괄하며 대통령 주변을 감시해야 할 민정수석이 오히려 국정농단의 진상을 감추는 데 급급하고, 자신의 권한을 공무원 표적 감찰 등 엉뚱한 데에 썼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 전 수석은 ‘공무원 감찰은 정상적인 업무였고, 권력을 남용한 적이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 전 수석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께까지 7시간 동안 진행된 심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검 내 유치시설에서 밤늦게까지 법원의 판단을 기다렸다.
우 전 수석의 구속수감 여부는 그동안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진행했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의 마지막 고비로 꼽혀왔다. 검찰도 그동안 우 전 수석 관련 수사를 가장 곤혹스러워했다. 여론의 거센 비난이 집중된 인물이지만, 그동안 제기됐던 개인 비리 등과 관련해서는 딱 떨어지는 혐의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 기간 등을 이유로 우 전 수석 수사를 검찰로 넘겼을 때도 검찰 내부에선 ‘폭탄’이 넘어왔다며 불만이 가득했다고 한다. 그에게 적용된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 등은 법리적 입증이 까다롭다는 걱정도 존재했다. ‘세월호 수사방해’나 ‘정윤회 문건’ 등 우 전 수석을 둘러싼 의혹 중 일부는 검찰 수뇌부 등 제 식구를 겨냥해야 하는 부분이어서, 수사팀 내부에선 “잘해야 본전”이라는 푸념도 있었다. 박영수 특검이 지난달 수사 기간이 끝난 뒤 “우 전 수석 영장을 재청구하면 100% 발부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후속수사를 해야 하는 검찰로선 상당한 부담이었다. 특검에 파견된 현직 검사들도 우 전 수석 수사를 맡는 걸 부담스러워했다고 한다.
앞서 우 전 수석이 현직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 진행된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의 수사는 더 지지부진했다. 당시 수사팀은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수사를 의뢰한 지 80여일만에 우 전 수석을 소환했고, 다음날 우 전 수석이 조사실에서 여유롭게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이 보도되면서 ‘황제수사’ 비판이 이어진 바 있다.
서영지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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