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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밖으로 나오라” 신속 지휘… 객실 수색은 시늉만 ‘반쪽’ 훈련

등록 2017-04-18 20:03수정 2017-04-18 20:25

신고 10분 만에 헬기·함정 현장에
곧바로 “모두 퇴선하라” 방송 거듭
해경 대원들 선박 진입 전원 구출
3년 전엔 “움직이지 말라”고만

‘선장과 같이 객실 수색’ 과정은 생략
사고 직후 해경과 교신도 녹음 음성
훈련 시나리오조차 제대로 안 지켜
지난해에만 256차례 훈련했다지만
실제 상황과 동떨어져 효과 갸웃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 주관으로 ‘유람선 화재 대비 합동 구조훈련’이 진행된 13일 오후 인천 중구 해양경찰 전용부두 인근 해상에서 해경이 고속단정으로 익수자를 구조하고 있다. 이날 훈련에는 해경선·함 8척, 소방함 1척, 해경단정 3척, 해경·공군헬기 각각 1대, 민간 어선 2척과 관계자 190명이 참여했다. 인천/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 주관으로 ‘유람선 화재 대비 합동 구조훈련’이 진행된 13일 오후 인천 중구 해양경찰 전용부두 인근 해상에서 해경이 고속단정으로 익수자를 구조하고 있다. 이날 훈련에는 해경선·함 8척, 소방함 1척, 해경단정 3척, 해경·공군헬기 각각 1대, 민간 어선 2척과 관계자 190명이 참여했다. 인천/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인천해경 구조대입니다. 이 선박은 화재로 위험하오니 모두 밖으로 나와 주십시오.”

해경 함정이 요란한 경고음을 울리며 붉은 연기가 가득한 유람선으로 다가갔다. 대공 마이크에선 퇴선 방송이 반복해 울려퍼졌다. “안전한 곳으로 퇴선할 수 있도록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객실의 승객들이 흰색 천으로 입을 막고 갑판으로 나와 구조대의 퇴선 지시에 따랐다.

지난 13일 인천 중구 운남동 인천대교에서 북쪽으로 2.7㎞ 떨어진 해상, ‘유람선 화재 대비 합동 구조 훈련’이 펼쳐졌다. 인천해안경비안전서(옛 인천해경) 상황실에 사고 신고가 접수된 건 오후 1시30분께. 승객 40명을 태우고 인천 월미도로 가던 유람선 세종호(409t급)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선장의 신고였다. “선원 1명이 화상을 입었고 선미 쪽에 승객 10여명이 고립돼 있다.”(선장) “경비정이 도착하기 전까지 승객 모두에게 구명동의를 입히고 풍상 쪽(바람 부는 쪽)으로 대피시켜달라.”(해경 상황실) 곧바로 항공단과 구조대, 함정들에 긴급 출동 지시가 떨어졌다. 10분 만에 헬기 3대와 배 17척이 현장에 도착했다. 헬기는 갑판에 누워있는 화상 환자를 이송하고 함정은 물에 빠진 승객들을 구조했다. ‘세월호 3주기’를 앞두고 진행된 이날 훈련을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서희정 전 조사관과 함께 지켜봤다.

■ 선내 대기는 누가 지시했나 서 전 조사관은 “세월호 참사에선 선원과 해경이 모두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아 구조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3년 전인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49분 전남 진도 병풍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기울어지자 “현재 위치에서 움직이지 말라”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당시 갑자기 배가 기울어진 탓에 우현 쪽에 있던 사람들이 좌현 쪽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여기저기서 일어났다. 그 모습을 3층 안내데스크에서 지켜보던 여객부 직원 강아무개씨는 “움직이면 위험하다”며 “선내에서 대기하라”고 방송했다. 첫 방송은 잘못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이 방송이 해경 헬기와 함정이 도착한 오전 9시45분까지 1시간가량 끈질기게 계속됐다는 점이다. “현재 위치에서 안전하게 기다리시고, 더 이상 밖으로 나오지 마시기 바랍니다.”(9시45분) 이 안내방송을 믿고 수백 명의 승객은 선내에서 기다렸지만 이준석 선장 등은 승객을 버리고 해경 경비정으로 탈출했다. 가천대 초고층방재융합연구소의 세월호 탈출 시나리오를 보면, 오전 9시45분에 퇴선 명령이 내려졌다면 승객들은 6분17초만에 전원 탈출할 수 있었다. 선장은 왜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까.

일부 선원들은 세월호 특조위 조사에서 이준석 선장과 강아무개 1등 항해사가 청해진해운과 통화한 뒤 “해경이 올 때까지 승객을 선내 대기시키자”고 결정했다고 진술했다. 그래서 선사의 선내대기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세월호 특조위는 중간보고서에서 “세월호 사고는 비도덕적이고 무능한 선원의 잘못만이 아니라 조직적인 규모로 이뤄진 참사일 수 있다”며 “선사 누구의 지시인지, 독자적인 판단인지, 아니면 다른 기관의 지시를 받은 것인지 추가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년 뒤 이날 훈련에선 해경이 승객 퇴선을 책임졌다.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 주관으로 ‘유람선 화재 대비 합동 구조훈련’이 진행된 13일 오후 인천 중구 해양경찰 전용부두 인근 해상에서 해군이 헬기로 익수자를 구조하고 있다.인천/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 주관으로 ‘유람선 화재 대비 합동 구조훈련’이 진행된 13일 오후 인천 중구 해양경찰 전용부두 인근 해상에서 해군이 헬기로 익수자를 구조하고 있다.인천/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 해경은 승객 퇴선을 지휘해야 한다 “유람선 우현 계류(밧줄로 붙잡아 매어놓음) 완료, 승객 퇴선 유도 및 소화작업 지원.”해경 함정은 상황실에 보고한 뒤 대원들을 유람선 안으로 투입했다. 이들은 승객들에게 탈출할 함정을 배정하고 발 받침대를 놓아주며 퇴선을 지휘했다. 선장을 찾은 뒤엔 “선장 대동 승객실 수색함”이라고 상황실에 보고했다. 서희정 전 조사관은 “세월호 참사 땐 그 누구도 객실로 들어오지 않았다”며 “해경이 열려 있던 갑판 출입문에서 ‘밖으로 나오라’고 소리만 쳤어도 복도에 기다리던 승객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사고 발생 40분 만에 100t급 해경 경비정 123정이 도착했다. 123정은 가장 먼저 조타실 옆 윙브리지로 다가가 이준석 선장을 찾았다. 그다음 김경일 123정장이 해경 상황실에 이렇게 보고한다. “현재 승객이 절반 이상이 지금 안에 갇혀서 못 나온답니다.” 선내 상황을 파악한 해경은 선장을 앞세워 승객 퇴선을 진두지휘해야 했다. 하지만 123정은 세월호와 200~300m 떨어진 채 450여 승객이 탑승한 여객선이 뒤집히는데도 마냥 지켜만 봤다. 선내 진입해 퇴선을 지휘하기는커녕 “밖으로 나와서 바다로 뛰어들라”고 대공 방송도 하지 않았다. 김경일 정장은 법정에서 “보이는 사람을 먼저 구하다 보니 퇴선 유도를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복되는 여객선에서 승객을 구조하는 훈련을 해본 적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법원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 정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면서, 구조 훈련에 소홀했던 해경 지휘부에도 세월호 참사의 공동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 훈련은 실전과 너무 달랐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은 훈련을 크게 강화했다. 지난해에만 256차례 해상 구조 훈련을 했다. 그러나 실제 상황과 너무 달라, 훈련 효과는 미지수다. 이날 해경 함정은 10분 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해 24분 만에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를 끝냈다. 그러나 해경 함정 대부분은 먼바다에서 해상 치안 활동을 펼쳐 이렇게 빠르게 도착할 수 없다. 세월호 참사 당일에도 123정만 사고 해역과 22㎞ 떨어져 있었고, 다른 목포해경 소속 함정들은 먼바다에서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을 단속하고 있었다.

이날 헬기가 갑판에 끌어올린 화상 환자도 마네킹이었다. 헬기 구조대원은 유람선 갑판으로 내려오지 않고 마네킹만 끈에 매달아 대롱대롱 끌어올렸다. 물에 빠진 승객은 해경이 연기했다. 구명조끼는 물론 잠수복까지 갖춰 입었고 물에 빠져 있던 시간은 채 5분이 안 됐다.

무엇보다 이날 훈련 시나리오를 보면, 해경이 선장을 앞장세워 객실을 둘러보고 승객이 없으면 화재를 진압하고 선장을 마지막에 구조하는 것으로 돼 있다. 배의 구조를 가장 잘 파악하는 선장과 함께 구조 활동을 펼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동반 수색 과정은 생략됐다. 해경 상황실은 함정이 도착할 때까지 유람선 선장과 교신을 유지하는 것처럼 훈련했지만, 이 또한 모두 녹음 음성이었다. 실제 유람선 선장은 이날 상황실과 교신하지 않았다. 서 전 조사관은 “훈련이 실전과 일치해야 사고 대처 능력이 향상될 텐데 여전히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 주관으로 ‘유람선 화재 대비 합동 구조훈련’이 13일 오후 인천 중구 해양경찰 전용부두 인근 해상에서 진행되고 있다.  인천/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 주관으로 ‘유람선 화재 대비 합동 구조훈련’이 13일 오후 인천 중구 해양경찰 전용부두 인근 해상에서 진행되고 있다. 인천/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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