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경기 안산의 정부합동분향소 인근 야외공연장에서 박인환 안산 화정감리교회 목사가 자신이 제작한 306개의 ‘416기억독서대’를 보고 있다. 홍용덕 기자
“니나 선생님은 소녀로 우리 가슴에 남았습니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은 지난 16일 경기 안산 정부합동분향소 인근의 야외공연장에 전시된 긴 독서대가 추모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단원고 유니나 교사의 독서대에는 “스페인어로 소녀라는 뜻의 이름처럼 영원히 푸르름을 가득 머금은 소녀”라고 적혀 있었다. 유 교사는 단원고 2학년1반 담임으로 세월호 참사 때 반 학생 19명을 탈출시키고 다시 학생들을 구하러 선실로 들어갔다가 희생됐다.
이날 전시된 ‘416기억 독서대’ 수는 모두 306개. 단원고 희생 학생과 교사를 비롯해 일반인 피해자와 미수습자 등 306명의 이름과 함께 독서대별로 각각의 사연이 적혔다.
독서대를 만든 이는 경기 안산시 화정감리교회 박인환(61) 목사다. 그는 정부의 세월호 흔적 지우기가 독서대를 만든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해산되는 것을 보고 ‘정부가 세월호를 빨리 지우려는구나’ 싶어 화가 났죠. 세월호를 잊지 말고 기억해야 진상도 규명되는 것 아니겠어요. 이곳에 와보지 않은 사람들은 306명이 얼마나 많은 희생자인지 가늠을 못 해요. 이렇게라도 희생자를 알려주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독서대 제작은 지난주까지 꼬박 10개월이 걸렸다. 안산 주변에서 버려진 나무들을 모아 재료로 썼다. 제재소에서 사 온 나무가 아니다 보니 다듬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다행히 416 목공방에서 대패 같은 공구를 쓸 수 있었다.
“원래 제가 놀러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 10개월은 일절 그러질 않았어요. 매주 월요일은 ‘기억 독서대’ 만드는 날로 정했고요.” 너비 36㎝, 높이 20∼24㎝의 독서대 1개 제작에 걸리는 시간은 꼬박 2시간. 처음 150개는 박 목사 혼자서 만들었지만 나중에는 소식을 들은 안산의 작은 교회 목사 4명이 힘을 보태주었다.
그가 기억 독서대를 만든다는 소식은 주변을 놀라게 했다. “10여 년은 더 됐을까.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 나온 (단원고) 예은이의 죽음이 아니었으면 저도 그냥 작은 교회의 평범한 목사로 남았겠죠. 지난 3년간 잠도 못 자고 많이 괴로웠어요. 기억 독서대가 유가족에게 작은 위로가 되니 좋습니다.”
안산/글·사진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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