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주인공인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오는 23일 함께 법정에 선다. 법원은 2일 박 전 대통령의 재판과 관련해 열린 첫 공개법정에서 1심 구속 기간이 끝나는 오는 10월16일 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는 이날 삼성 등에서 592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박 전 대통령은 물론 함께 기소된 최씨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세 명 모두 법정에 나오지 않았고, 이들의 변호인들만 법정에 나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사건 기록을 보지 못해 18가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겠다”면서 검찰을 향해 “공소장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동기가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과 승계작업 도움 기대로 모순되게 기재됐다. 이에 대한 의견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향후 재판에서 검찰이 적용한 ‘뇌물죄’(승계작업에 도움 기대)와 ‘강요죄’(불이익에 대한 두려움)가 동시에 성립할 수 없다는 점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최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도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뇌물 수수를 공모하지도 않았고 부정한 청탁과 대가 관계도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신속 재판’ 의지를 밝힌 재판부와 ‘박 전 대통령의 방어권’을 내세워 준비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려는 변호인 사이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김세윤 부장판사가 “공소사실과 증거가 방대하다”면서 공판준비기일을 더 열지 않고 본격적인 재판을 시작하겠다고 밝히자 유 변호사가 제동을 걸었다. 유 변호사는 “(짧은 시일 내) 12만쪽이 되는 (수사) 기록을 검토하는 데 한계가 있다. 변호인들이 피고인을 위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부담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유 변호사의 의견을 받아들여 오는 16일 두 번째 준비기일을 연 뒤 23일 첫 공판을 열기로 했다. 23일 공판에는 박 전 대통령 등 피고인들이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 특히 유 변호사는 검찰이 제출한 기록에 등장하는 인물이 432명에 이른다는 점을 지적하며 “(검찰의 기록에 동의할 수 없으니) 법정에서 (이들 대부분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재판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가겠다는 전략을 내비친 것이다.
한편 이경재 변호사는 “최씨가 오랜 세월 존경하고 따르던 박 전 대통령을 재판정까지 서게 한 대과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자괴감을 느끼는 만큼 같은 자리에서 재판을 받는 것은 살을 에는 고문과 마찬가지”라며 박 전 대통령과 따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는 최씨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김세윤 부장판사는 “증인이 중복되기 때문에 함께 심리하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민경 현소은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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