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 맞는 사람 모여 ‘파티룸’ 빌리거나 식당서 친목모임
‘더 개표 라이브’ 등 시청 공간 마련한 책방·카페도 곳곳
온라인 모임도 활발…카톡 오픈 채팅방으로 실시간 수다
‘더 개표 라이브’ 등 시청 공간 마련한 책방·카페도 곳곳
온라인 모임도 활발…카톡 오픈 채팅방으로 실시간 수다
“대선 개표방송 같이 볼 사람 구합니다.” 대학생 최민석(27)씨는 지난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런 내용의 글을 올렸다. 최씨는 9일 대여섯명 정도 모이면 ‘파티룸’ 같은 공간을 대여할 생각이다. 그는 “이번 대선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어 이룬 결과다. 그 피날레 격인 이번 대통령 선거를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글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9일 치러지는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맞아, 대선 개표방송을 축제처럼 즐기려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이고 있다. 친구·가족끼리 모여 개표방송을 지켜보는 이들부터 온라인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와 토론하며 시청하는 행사까지, 이번 대선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려는’ 시민들의 다채로운 움직임이 곳곳에서 눈길을 잡는다.
직장인 윤지현(27)씨는 대선 날에 고등학교 동창과 친목 모임을 열기로 했다. 호프집에서 개표방송을 함께 시청하면 모임의 즐거움이 배가 되리라는 생각에서다. 윤씨는 “친구들이나 저나 비슷한 정치성향을 가졌다. 우리가 지지하는 후보가 반드시 당선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함께 응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개표방송 시청용 자리를 마련한 책방·카페·식당도 눈에 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있는 ‘카페엠(M)’은 카페에 큰 프로젝터를 설치해 개표방송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지켜보는 행사 ‘더 개표 라이브’를 열 계획이다. 1000원 할인된 가격에 각종 맥주를 제공한다. 밤 9시인 원래 영업종료 시각을 넘겨 개표방송이 끝날 때까지 카페 문을 열어둔다. 망원동 주민들과 카페 단골 등 20여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의 서점 ‘책방이음’도 이날 저녁 8시부터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며 개표방송을 함께 하는 자리를 만든다. 조진석 책방이음 지기는 “선거는 시민들의 축제다.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선거 자체를 즐기고, 우리 공동체의 앞날에 관해서도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심야식당’도 3만원만 내면 음료와 음식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연다. 권주성 셰프는 “대선은 국민적 행사이면서,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를 다한 결과를 확인하는 날이다. 그런 날을 맞아 ‘즐겁게 놀자’는 의미에서 이번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정치교육연구공간인 ‘정치발전소’도 ‘19대 대선, 같이 보기’ 자리를 마련한다. “정치발전소 회원들이 모여 이번 대선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아무 말 대잔치’를 열 계획”이라는 게 주최 쪽 설명이다.
온라인 모임도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이용해 익명의 사람들과 의견을 주고받거나 페이스북 생중계로 개표방송을 지켜보며 댓글로 실시간 수다를 떠는 방식이다. 취업준비생 박용석(27)씨는 9일 개표방송을 앞두고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열 예정이다. 에스엔에스를 통해 공개한 주소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지난달 25일 대선후보 초청 4차 티브이(TV) 토론회 때 박씨가 개설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는 30~40여명의 사람이 모여 토론회 ‘관전평’을 주고받았다. 박씨는 “정치 이야기를 할 기회나 공간이 마련되지 않으면, 대부분의 경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자기 하고 싶은 말만 적어두는 것에 그치고 만다. 온라인 공간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더 활발하고 재미있는 토론이 이어질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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