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국정농단 조력은 중대범죄”
“연금 재정 고의적 남용 책임 회피”
‘합병 시너지 조작’ 홍완선도 7년 구형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월14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소환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특검의 ‘1호 구속·기소’ 대상이었던 문형표(61)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국정농단’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들에게 지금껏 내려진 구형 중 가장 무거운 수위다.
특검팀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 심리로 열린 문 전 장관의 재판에서 “이 사건은 국민의 쌈짓돈으로 대기업 총수 일가에 이익을 줌으로써 국정농단을 조력한 중대한 범죄”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문 전 장관은 장관 재직 시절 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강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기소됐다. 특검팀은 “문 전 장관이 지시를 내린 상급자로서 책임을 지는 게 부합한데도, ‘복지부 직원들이 청와대 굵은 동아줄을 잡기 위해 알아서 한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 전 장관은 ‘삼성 합병 찬성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가 없었고, 국민연금에 찬성을 지시한 바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지난 30년간 국민연금과 함께 살아왔음에도 이번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국민연금 배신자가 돼서 힘들다”고도 했다.
특검팀은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위원들에게 합병 찬성 지시를 내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배임)를 받는 홍완선(61)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 “누구보다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는 명확한 인식이 있었던 책임자임에도 불구하고 배임 행위에 이르렀다”며 문 전 장관과 같은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재판부가 문 전 장관 사건을 어떻게 판단할지는 앞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 뇌물’ 혐의에 대한 법원 판단을 가늠할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문 전 장관이 삼성 합병에 찬성하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받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에 대한 1심 판단은 다음달 8일 오후 2시에 나온다.
이날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 심리로 열린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에 대한 재판엔 김희범 전 문체부 1차관이 증인으로 나와 “2014년 9월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문체부 1급 공무원들의 사표를 받으라는 지시가 내려온 뒤 김 전 실장이 전화와 ‘사사로운 감정이 개입돼선 안된다. 장관의 지시를 잘 따르라’며 질책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김 전 차관은 김 전 장관에게 “1급 공무원 일괄사표를 받는 것은 조직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한 뒤 김 전 실장으로부터 이런 질책성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