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재일조선인 인권·평화운동가 서승 교수
제주대 재일제주인센터 방문교수로 와 있는 서승 일본 리쓰메이칸대 특임교수.
한·중·일 답사한 역사·인문기행문 출간
‘동아시아의 우흐가지’ 제주에서 기념회
별명 ‘우흐가지’ 오키나와말로 ‘큰바람’ 해군기지 반대 강연·촛불집회도 참가
“통일도 민주화도 ‘전쟁 없어야’ 가능” 서 교수는 1971년 4월 박정희 유신독재가 조작한 ‘재일동포 학원침투 간첩단 사건’으로 수감돼 19년간 고초를 겪다가 90년 2월 풀려난 뒤 평화·인권운동에 헌신해왔다. 그는 지난 12일 제주시 ‘각’ 북카페에서 조촐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제주도와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 일본에서 대학에 다니던 시절 그는 제주 출신 동포로부터 ‘4·3항쟁’ 이야기를 들었고, 98년에는 ‘동아시아 냉전과 국가테러리즘’을 주제로 한 ‘제2회 국제심포지엄’의 제주 개최를 기획했다. 최근 몇년 동안은 제주 서귀포 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 현장을 찾아 강연도 했다. 그는 “6년 전 정년퇴임하고 특임교수라는 이름으로 현역에서 물러선 뒤 내가 경험한 것을 전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생겼다”고 했다. 그동안 그는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등 여러 나라 사람들과 함께 여행단을 만들어서 동아시아를 답사했다. 오키나와를 비롯한 일본, 대만, 제주, 중국의 난징과 동북부 지방 등 역사의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이야기하고, 현지 운동가들을 만났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나온 책이 <동아시아의 우흐가지>(1, 2권)다. 1권에는 한국과 대만, 중국 등지에서 강연했던 ‘국가폭력과 인권’, ‘동아시아 평화’ 등 강의 내용과 동북아시아 평화안전보장에 대한 칼럼,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글을 묶었다. 그는 “통일이나 민주화도 ‘평화’라는 바탕 위에 논의돼야 한다. 말로만 하는 평화가 아니라 현실적·역사적인 맥락에서 평화를 인식하고 행동해야 하는데 정작 이런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랫동안 시민사회 영역에서 평화·인권운동을 해온 그는 동아시아의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연대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나라의 진실화해위원회처럼 각국의 시민들이 중심이 된 동아시아의 진실화해위원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공동연구하고 공동인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쉽지는 않겠지만 차근차근 해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 달성을 위해서는 편견 없는 교류가 전제돼야 한다. 평화 구축은 상호교류이자 상호이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다. 신뢰를 구축해서 무장하지 않아도 안심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평화 인식은 ‘조선적’을 가진 재일동포 문제로 연결됐다. 그는 “조선적 재일동포들은 고향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한다. 조선적이기 때문에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제주도 고향에 성묘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이런 비인간적인 처사가 어디 있느냐. 신뢰를 쌓으려면 이런 장벽을 없애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 동안 개발 열풍이 일고 있는 제주도의 상황에 대해 서 교수는 “제주도가 2005년 1월 ‘평화의 섬’으로 지정됐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발주의가 만연한 것 같다. 제주해군기지도 평화를 앞세운다. 총론은 평화를 외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개발지상주의, 환경파괴, 군사주의로 흐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제주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하기도 한 서 교수는 “우리가 촛불집회에서 인식한 것은 ‘우리가 주인이고, 결정권자다’라는 의식”이라며 국민주권 의식을 제대로 알게 된 것은 촛불집회의 최대 성과이자 민주주의 기초라고 평가했다. 제주/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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