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 안종범·정호성 등 심리 ‘박근혜 재판’ 밑돌 될듯

서울중앙지법 8개 재판부는 ‘국정농단 재판장’
법정 거쳐 간 피고인 42명…6개월간 심리
정호성·차은택 등 심리 마쳤지만 선고 미뤄
문형표 다음달 8일 선고, 장시호만 석방 가능성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592억여원의 뇌물혐의에 대한 첫 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19일 최순실씨 재판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이래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혐의로 서울중앙지법 법정을 거쳐 간 피고인은 42명에 이른다. ‘국정농단’ 사건 심리에 투입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도 부패사건 전담부 5개를 포함해 8개 재판부에 이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정식재판은 23일 열렸지만, 일부 피고인들은 이미 1심 판단을 받았거나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는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재판도 함께 맡고 있다. 지난해 11월21일 구속기소된 이들은 지난 20일 6개월인 1심 구속기간이 만료됐지만, 별도 혐의에 대해 구속영장이 추가로 발부된 상태다. 특히 정 전 비서관은 사실상 재판이 마무리됐지만, 재판부가 “공범은 함께 선고한다”고 밝히면서 구치소에서 박 전 대통령 사건 심리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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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과 공범 관계여서 한숨을 내쉬고 있는 이들은 또 있다. 광고회사 포레카 강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차은택씨와 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은 지난달 12일 결심공판에서 각각 징역 5년을 구형받았지만, 차씨의 혐의 중 일부가 박 전 대통령 혐의와 겹치는 것을 고려해 재판부가 선고를 미뤘다. 김종 전 문체부 2차관도 국회 위증 혐의로 추가기소돼 구속영장이 또 발부될 가능성이 크다. 형사22부에서 재판을 받는 피고인 중에선 추가기소가 되지 않았고 새달 7일 구속기간이 끝나는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38)씨만이 유일하게 석방될 가능성이 있다.

다른 재판부 사건 중에는 새달 8일 선고를 앞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재판에 시선이 쏠린다. 특검팀은 지난 22일 결심공판에서 “이 사건은 (삼성그룹 승계를 위해 벌어진) 제2의 에버랜드 사건”이라고 강조하며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문 전 장관은 박 전 대통령 지시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가한 혐의(직권남용)를 받는데, 법원이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삼성이 최씨를 지원해준 대가’라고 판단할지 주목된다.

이미 1심 판단이 내려진 사건도 있다. 형사23부(재판장 김태업)는 지난 18일 ‘비선진료’ 관련자들에게 벌금 1000만원~징역 1년을 선고했다. 특히 법원은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기양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에겐 특검 구형과 같은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해 엄벌 의지를 보였다.

지난 6개월간 진행된 ‘국정농단’ 재판들은 박 전 대통령 재판의 밑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효율적인 심리를 위해 공범들의 재판 기록을 증거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장 오는 25일부터 최씨와 안 전 수석 등 ‘직권남용’ 사건 재판 기록을 두고 변호인과 검찰이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다만 이날 박 전 대통령 쪽이 검찰이 삼성 뇌물과 관련해 제출한 153명의 진술조서를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아, 진술자들이 다시 재판에 소환될 수 있다. 형사재판에서 진술조서가 증거로 채택되지 않으면 진술자가 직접 법정에서 증언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 1심 결과는 이르면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10월 중순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소은 기자 [e-mail]